[경제포커스] 중국만 배불리는 '일대일로'의 민낯

입력 2018.09.06 03:14

겉으론 亞·아프리카와 윈·윈, 실상은 中이 工事의 89% 獨食
해당국들은 '재정 위기' 직면… 중국, 뒤늦게 善心·홍보 공세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최유식 중국전문기자

15년 만에 권좌에 복귀한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일대일로(一帶一路) 관련 발언으로 중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재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달 중순 중국을 찾은 그는 말레이시아 동해안 철도(ECRL) 사업, 송유관 사업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 3건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가난한 개도국을 빚의 함정에 빠뜨리는 일대일로를 '신(新)식민주의'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그 직후 일대일로에 대한 홍보성 보도가 부쩍 늘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5주년 좌담회에서 "일대일로는 지역 국가들이 윈·윈하면서 운명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으로, 중국은 다른 꿍꿍이가 있는 이들이 모함하듯 경제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관영 CCTV는 "아프리카 발전을 돕는 일대일로를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하는 건 황당무계한 일"이라는 보츠와나 대통령 인터뷰 발언을 내보냈다. 관영 매체를 동원해 마하티르 총리 발언을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일대일로는 올 5월 말레이시아 총선의 최대 이슈였다. 그중에서도 ECRL이 초점이었다. 이 철도는 말레이반도 북동부 태국 접경 지역을 출발해 동해안 주요 도시를 거친 뒤, 서부 믈라카 해협 연안의 클랑 항구로 연결된다. 총연장은 688㎞이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동해안 지역을 개발한다는 취지로 전임 나집 라작 총리가 추진했다. 2016년 총공사비의 85%를 빌리는 조건으로 국유기업인 중국교통건설과 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작년 7월 착공식을 가졌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이다. 당초 70억달러 정도로 예상됐던 총공사비는 계약 시점에 130억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최근에는 숨겨진 공사비까지 합치면 공사비가 200억달러에 이른다는 발표가 나왔다. 70억달러도 경제성이 불확실한데, 200억달러까지 올라가면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마하티르 정부의 주장이다. 말레이시아의 국가 총부채는 작년 기준 2400억달러 정도로 국내총생산(GDP)의 80%를 넘는다.

한때 한국에 필적하는 공업국이던 말레이시아는 지금 중진국 함정 탈출을 위한 제조업 재건이 시급하다. 이런 마당에 다급하지도 않고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 더 큰 동해안 철도 건설로 빚더미에 올라앉을 수는 없다는 게 마하티르의 판단이다.

불투명한 계약 과정도 논란이 됐다. 이 공사는 국제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철로 1㎞당 공사비는 3040만달러로 2016년 착공한 말레이시아 거마스~조호르바루 철도(총연장 179㎞)의 1320만달러보다 1.3배가 비싸다. 말레이시아 내에서는 국영 투자 기업 자금 수억 달러 횡령으로 궁지에 몰린 나집 전 총리가 뒷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에 걸쳐 대대적으로 인프라를 정비해 신실크로드 경제 벨트를 구축한다는 프로젝트로 시 주석의 역점 사업이다. 중국은 한국을 비롯한 80여 나라를 끌어들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도 설립했다.

하지만 전체 공사의 89%를 중국 기업들이 독식하는 등 중국 일변도로 추진되고, 인프라 구축 국가가 과도한 부채로 재정 위기에 내몰리는 등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빚 부담을 못 견딘 스리랑카는 함반토타항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기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부패한 권력자가 리베이트를 받았을 가능성까지 최근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이달 초 아프리카 53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6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선심 공세로 일대일로의 민낯이 가려질 것으로 본다면 중국 정부의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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