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 표지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의 주인공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신간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에 담긴 내용이 5일(현지 시각) 미국 언론에 일부 유출됐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갈등과 속살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지난해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이어 만만찮은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WP의 부편집장으로 있는 우드워드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백악관 고위 관리들을 만나 수백 시간이 넘게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로부터 백악관을 지배하는 공포의 문화에 대해 알게 됐고, 책 제목에 ‘공포’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썼다고 한다. 우드워드의 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될 11월 중간선거 두 달 전인 오는 11일 발간될 예정이다.

① "한·미 FTA 폐기 서류, 개리 콘이 트럼프 책상에서 훔쳐"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 했을 당시, 경제 참모였던 게리 콘<사진> 전 국가경제위원장은 관련 서한을 몰래 훔쳐 폐기했다. 공식서한이었던 그 서류는 대통령 서명만 남겨 놓은 것으로 서명하는 순간 즉각 효력을 발휘하게 돼 있었다.

콘은 트럼프가 그 편지에 사인할까봐 편지를 대통령(트럼프)의 책상에서 훔쳤다. 콘 위원장은 나중에 측근에게 "대통령이 그(편지)것을 보도록 놔둘 수 없었다. 사인할까 두려웠다. 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그걸 훔쳤다"고 털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우드워드의 저서는 콘 전 위원장이 문제의 서한을 치운 시점을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시사한 것으로 볼 때 그 전후로 추정된다.

② 트럼프 취임 직후 北 선제타격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뒤쯤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 공격에 대한 플랜을 요청했다고 한다. ‘전투 베테랑’ 던포드 합참의장조차 몹시 당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한반도 내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에 꾸준히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월 19일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자리에서 알래스카에서는 15분 걸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감지를 7초 안에 할 수 있는 특수정보임무와 관련, 정부가 왜 이 지역에 재원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3차 대전을 막기 위해 이걸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매티스는 가까운 동료들에게 ‘대통령은 5∼6학년처럼 행동했고, 그 정도의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말하며 격분하고 당혹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한창 말폭탄을 주고받을 당시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롭 포터 당시 백악관 선임 비서관에게 "이것은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에 관한 것"이라며 이 상황을 ‘의지의 대결’로 본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③ 존 켈리 실장 "우리는 미친 동네 안에 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은 자주 화가 난 채 측근들에게 ‘대통령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켈리 비서실장은 소규모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멍청이다. 그에게 무언가를 납득시키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그는 궤도를 이탈했다. 우리는 ‘미친 동네’(Crazytown) 안에 있다. 나는 우리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비서실장직)은 내가 일찍이 해본 일 중 최악"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악담을 퍼붓고 창피를 주기 때문에 백악관 토론은 언제나 공포의 분위기가 감돌며 트럼프로부터 무시당한 관리들은 줄줄이 사임을 결심했다.

④ 지난해 4월엔 바샤르 아사드를 죽이자고 명령

지난해 4월 시리아 군의 민간인 화학무기 공격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에게 전화해 ‘그를 죽이자‘며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암살을 명령했다고 한다.

미 합동참모본부의 케네스 매켄지 중장이 시리아 공습에 대한 언론 브리핑하는 모습.

그러나 매티스 장관은 "즉시 착수하겠다"라며 전화를 끊은 뒤 선임 보좌관들에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어떤 것도 하지 않을 것이며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백악관 안보팀은 재래식 공습 방안을 만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