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특혜 선발 시비' 허재, 지휘봉 계속 잡나

  • 뉴시스
    입력 2018.09.05 09:06

    코트 바라보는 허재 감독
    '농구대통령' 허재(53) 남자 농구대표팀 감독의 두 아들에 대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특혜 선발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분위기다. 허 감독은 계약 만료까지 감독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지난 4일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통해 이달 중순 열리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에 출전할 엔트리 12명을 선정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특혜 선발 논란의 중심에 있던 두 아들 허웅(25·상무), 허훈(23·KT)은 명단에서 빠졌다. 논란을 의식하고 실책을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두 아들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은 여러 의문점을 남겼다. 애매한 신장과 기량에도 불구하고 같은 포지션의 리그 최우수선수(MVP), 어시스트 1위 등 경쟁자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허웅과 허훈 모두 리그에서 보여준 경쟁력은 높은 평가를 받지만 국가대표 승선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았다.

    허 감독은 신장 186㎝의 가드 허웅을 포워드 포지션으로, 국가대표급이라고 보기 어려운 프로 초년병 허훈 선발을 강행했다. 무리한 발탁이라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지만 '큰 대회를 앞두고 힘을 실어주자'는 기류에서 농구인들은 말을 아꼈다. 허훈은 아시안게임 토너먼트에서 단 1초도 출전하지 못했다.

    국가대표 후보군으로 불렸던 다른 선수들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두 아들과 포지션이 겹치거나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던 장신 포워드 선발에 인색했고, 충분한 출전시간을 주지 않았다. 과정의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허 감독은 '농구 잘하는 선수들과 함께 운동해야 기량이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허 감독이 처음부터 두 아들 선발을 염두에 두고 대표팀을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 무게가 쏠린다.

    허 감독은 줄곧 아들 선발과 관련해 "경기력향상위원회와 논의 끝에 결정한 부분"이라며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과 좀 다르다. 협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유재학 경기력향상위원장과 위원들은 한국보다 높이가 월등한 이란, 중국 등을 상대하기 위해서 장신 포워드를 선발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냈다. 안영준(SK), 양홍석(KT)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자연스레 단신(180㎝) 허훈의 입지가 불안해졌다. 당시 허 감독은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드 허웅(186㎝)을 포워드로 선발한 부분은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다.

    안영준은 196㎝의 포워드로 지난 시즌 허훈을 제치고 신인상을 받았다. SK의 우승에 일조한 주역이다. 양홍석 역시 199㎝ 장신 포워드다. 공교롭게 둘은 아시안게임 3대3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책임을 통감한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 전원은 협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아시안게임 전부터 결과와 상관없이 그만두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존재 의미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앞둔 7월10일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미디어데이에 불참했다. 두 아들의 선발 배경과 소신을 전할 기회였지만 피했다.

    이란과의 준결승에서 패한 뒤 '선발 과정에서 말이 많았는데 향후 월드컵 등을 위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줄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선수를 선발하는데 주위에서, 몇몇 기자들이 기사를 쓴 부분이다. 그것에 대해서 지금 여기 와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이야기할 방법은 없다"고 했다.

    허 감독은 오는 7일 선수단 소집을 공지하고 해산했다. 내년 2월까지 지휘봉을 잡는다. 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부에서 '허웅, 허훈을 선발하는 건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오히려 아버지가 감독이기 때문에 두 선수가 특혜라는 억측 속에서 역차별을 받는 것이다'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다. 두 아들이 아마추어 시절부터 받아온 특혜와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선수와 학부모들이 많다"며 "허 감독의 아들 선발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아래 연령대 대표팀에서도 감독이 자신이 지도하는 학교 선수나 지인의 자식을 대표선수로 선발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허웅의 경우, 용산고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청소년대표 선발 과정에서 특혜 의혹으로 국정감사에 올랐고, 허훈은 당초 아시안게임 3대3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허 감독의 발탁으로 5대5 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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