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사망한 고(故)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공화당·애리조나)의 빈자리를 채울 후임에 존 카일(76) 전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명됐다. 매케인 의원과 친분이 깊었던 카일 전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온건 보수파로 평가된다.
4일(현지 시각) 덕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는 애리조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애리조나에는 존 카일 만한 인물이 없다"면서 카일 전 의원을 매케인 의원의 후임으로 지명했다.
카일 전 의원의 상원의원직 승계로 교착 상태에 놓였던 브렛 캐버노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문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듀시 주지사는 카일 전 의원이 브렛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인준을 찬성하는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일 전 의원은 "캐버노 대법관의 지명을 지지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캐버노 지명자가 이번 주에 열릴 청문회에 대비해 상원의원들을 만나는 일을 돕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을 두고 이를 반대하는 민주당과 갈등을 겪고 있다. 공화당 내 온건파 의원들은 반대표를 행사하라는 외부 압박을 받고 있는데, 온건 성향의 카일 의원이 지지표를 던짐으로서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카일 전 의원은 1995년부터 2013년까지 애리조나주 상원의원으로 재임했다. 매케인 의원과 함께 존경받는 보수 지도자로 떠올랐다. 한때 상원의원 지도부에서 최상위 서열에 올랐던 그는 퇴임 이후에는 제약 및 방산기업을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해왔다.
카일 전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던 매케인 의원과 친분이 깊었다. 그도 매케인 의원 만큼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카일 전 의원은 지난 2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해결해야만 하는 현상"이라며 대통령의 호전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당시 그는 "그(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매우 상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날 카일 전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몇 달전에 한 번 만났을 뿐"이라고 하면서도 과거 트럼프 대통령 관련 발언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싸움의 한 가운데 뛰어들려는 경향이 있는데, 가끔 이로 인해 그가 성취하고자 하는 바가 방해받을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카일 전 의원의 임기와 관련해서는 그가 올해 말까지만 재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가 임기 이후에도 의원직을 유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카일 전 의원이 앞서 은퇴할 당시 여생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