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영 "도쿄 시상대 맨위에 서겠다"… 여서정 "내가 만든 기술, 기대하세요"

입력 2018.09.04 03:03

[2020도쿄를 기다린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994 히로시마대회 이후 24년 만에 일본에 종합 2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예상 밖 성적 부진이었지만, 희망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온갖 역경을 딛고 아시아 정상으로 성장한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국민들은 열광했습니다. 2년 뒤 우리와 가까운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립니다. 아시안게임을 빛낸 별들에게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빛낸 김서영(왼쪽)·여서정(오른쪽)은 경기체고 선후배 사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빛낸 김서영(왼쪽)·여서정(오른쪽)은 경기체고 선후배 사이다. 김서영은 수영 여자 개인혼영 종목에서 메달 2개(금 1, 은 1), 여서정은 체조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 김서영·여서정이 아시안게임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한 모습. /고운호 기자

수영 개인혼영 200m 金 김서영

"지금이 선수 생활중 가장 행복… 기록 줄일 생각하면 훈련도 신나"


"2~3년 전만 해도 카페 맛집 찾아다니는 게 취미였는데, 지금 제 머릿속엔 온통 수영, 수영뿐이에요. 저도 모르는 사이 훈련에 중독됐나 봐요."

김서영(24·경북도청)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 채 일주일이 안 돼 수영장으로 향했다. 다음 달 전국체전, 내년 7월 광주세계수영선수권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원래 아시안게임 직후 떠나기로 했던 남동생과의 여행도 미뤘다.

"운 좋게 금메달을 땄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처럼 수영하면서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앞으로 기록이 점점 줄어들 상상만 하면 훈련도 신나요."

김서영은 지난달 22일 아시안게임 여자 개인혼영 200m에서 올해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오하시 유이(2분08초88)를 따돌리고 우승(2분08초34)했다. 한국 수영은 아시안게임에서 금 1, 은 1, 동 4개를 차지했는데, 이 중 김서영이 금 1, 은 1개(개인혼영 400m)를 땄다.

모교인 경기체고에서 훈련 중인 김서영을 최근 만났다. 그는 훈련 시즌에 돌입하기 전 꿀맛 같은 휴식을 만끽했다고 한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 그동안 먹고 싶어도 참았던 햄버거도 실컷 먹고, 네일 케어도 받았다. 평소 친한 박태환(29)과 만나 곱창을 먹으며 회포도 풀었다. "제가 금메달 기념으로 한 턱 내려고 하니까 태환 오빠가 고생했다고 사줬어요. 세계선수권 때 메달 따면 거하게 쏘라네요."

아시안게임 때 경쟁했던 일본 선수 얘기가 나오자 눈빛이 달라졌다. 일본은 수영 경영 금메달 41개 중 19개를 쓸어 담았다. 개인혼영 400m에서 자신을 제치고 우승한 일본 오하시 유이는 최대 라이벌이자 친한 동생이다. 김서영이 200m 예선에서 5위를 차지한 뒤 결선에서 1위로 골인하자 오하시가 분한 표정으로 다가와 "힘 아꼈던 거였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서영은 "네티즌들이 김연아 선수 이후 연지곤지(시상대에서 태극기 양옆으로 일본 국기가 올라온 모습을 빗댄 것)를 처음 본대요. 일본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니까 기분이 더 짜릿했어요."

김서영은 최근 2년 사이 자신의 개인혼영 200m 한국 기록을 세 차례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경북도청 김인균 감독은 "도쿄올림픽 때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지옥 훈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서영이 김 감독 말에 웃으며 답했다.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이 악물고 버텼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도쿄올림픽 때 시상대 맨 위에 선 서영이 모습 기대해주세요."

[서영이가 동생 서정이에게] 목에 메달 걸고 도쿄 맛집 가자!

서정아. 지금쯤이면 꿀맛 같은 휴식 끝나고 다시 진천선수촌에서 맹훈련하고 있겠네. 나도 이번 주부터 다시 훈련 시작해. 지난주 몸 풀기 위해 수원 경기체고에 잠깐 들렸는데, 학교 정문에 '여서정 금메달 축하' 현수막이 대문짝만 하게 걸려 있더라. 내 모교 후배가 어린 나이에 국제 대회 금메달을 따다니 정말 자랑스러워. 내 현수막은 옆에 걸려 있지 않아서 아주 조금 섭섭했지만… 진짜 멋졌어. 나는 레이스 전 엄청 긴장하는 편인데, 서정이는 침착하게 연기 펼치는 모습 보고 '와, 어린 나이에 강심장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다음에 만나면 멘털 관리 비결 좀 알려줘.

너도 다음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 맞지? 나도 도쿄올림픽에서 멋진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우리 둘 다 올림픽 끝난 후 목에 메달 하나씩 걸고 도쿄 맛집 가자! 내가 맛있는 밥 한번 쏠게! 우리 서로 종목은 다르지만 멀리서나마 항상 응원하자. 파이팅 서정!


여자체조 도마 金 여서정

"여홍철 딸이란게 부담됐지만 남 시선 어떻든 최선 다해야죠"

"제가 강심장이라고요? 마지막 경기할 때 정말 많이 떨었는데요.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였어요."

지난 23일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결승전. 공중 연기 후 착지한 여서정(16)의 얼굴엔 긴장감은 하나도 없어 보였다. 그만큼 당찼다. 여서정은 1·2차 합계 14.387점으로 2위에 0.1점 앞서며 한국 여자 기계 체조 사상 32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일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여서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긴장할 때는 손톱 물어뜯는 버릇 있는데 경기 시작 전 많이 닳아 있었다"며 "그땐 '어떻게 하지, 성공해야 돼'라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부모님과 곧바로 집 근처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 먹었어요. 얼마나 먹고 싶던지…. 다음 날 학교 가니 '축하한다'며 같이 사진 찍자, 사인해 달라 난리도 아니었어요.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어요." 그 일만 생각하면 즐거운지 여서정은 연신 싱글벙글한다. 그러나 꿈같은 휴식은 너무 짧았다. 10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위해 지난 29일 선수촌에 재입촌했다. 이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려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여서정에게 주는 의미는 뭘까. 그는 "아버지의 딸이라며 받았던 관심과 기대가 처음에는 힘들었다"면서 "이번 금메달로 다른 사람 시선이 어떻든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체조 매트를 벗어나면 여서정은 곧바로 '평범한 고1'로 돌아간다. "스트레스 받으면 음식과 음악으로 풀어요. '워너원'의 박지훈을 너무 좋아해요. 공연 영상 보면 기분이 싹 풀려요."

아시안게임 때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인도네시아 도착 이튿날, 마루 운동 훈련을 하다가 왼쪽 가운뎃손가락을 다쳤다. 인대가 늘어나면서 붓고 멍까지 들었다. 단체전 이단평행봉 경기에서 바를 놓친 것도 손가락을 제대로 굽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손만 안 다쳤다면 평균대와 마루에서도 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도마는 다행히 손을 짚는 종목이라 좀 나았다"고 했다.

여서정은 2년 후 도쿄올림픽 메달을 위해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표정 연기와 지구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그는 또 아버지의 기술 '여2'를 활용한 난도 6.2의 신기술 '여서정'을 가다듬는 중이다.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신기술을 써야 해요. 지금 완성도가 30~50% 정도인데 1년 안에 완전한 내 기술로 만들 테니 기대해주세요."

[서정이가 서영이 언니에게] 온 힘 다하는 언니 보며 분발 다짐해요

서영 언니, 잘 지내요? 전 지난주 수요일 진천선수촌에 다시 들어왔어요. 10월에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거든요. 2020년 도쿄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이 걸려 있어서 다시 마음잡고 훈련 중이에요.

열흘 전 자카르타 기자회견장에서 언니를 처음 만났을 때, 고등학교 선배인 걸 알고 너무 반가웠어요. 제가 처음 낯을 가리는 편인데, 말도 먼저 걸어줘서 고마웠어요. 언니 웃는 모습 보면서 멘털도 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밥 한번 사주세요. 언니는 학교 다니면서 공부와 운동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아요. 언니 경기 영상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수영에서 메달 따기가 쉽지 않잖아요? 끝까지 온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치는 모습 보고 저도 분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전 2020년 도쿄올림픽에도 언니와 함께 대표팀 선수로 나가고 싶어요. 올림픽에 같이 가서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메달도 땄으면 좋겠어요. 언니,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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