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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카르타결산]20년만의 종합3위, 괜찮지만 괜찮지 않은 이유

    입력 2018.09.02 17:34

    그래픽=스포츠조선
    지난달 26일,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콤바인 경기가 한창이던 팔렘방에서 미국 뉴욕 출신 프리랜서 기자 조너선 콜라치씨를 만났다. 첫 종목인 스피드 경기가 끝난 직후 그가 불만에 찬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스피드, 볼더링, 리드순으로 열리는 경기는 각 종목 사이에 1시간 여의 대기시간이 있었다. "종목 사이 기다리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죠?" 콜라치씨는 물었다. "선수들이 회복하고 다음 종목 세팅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해심 가득한 대답을 내놓자마자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스포츠는 선수들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스포츠는 관중을 위한 겁니다. 관중들은 기다리지 않아요."
    2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코리아 하우스에서 '2018 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여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02/
    대한민국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종합 3위로 마무리했다. 2일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금메달 132개·은메달 92개·동메달 65개)이 종합1위에 올랐다.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10회 연속 정상을 지켰다. 2위는 일본(금메달 75개·은메달 56개·동메달 74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만에 2위를 탈환하는 감격을 누렸다. 금메달 65개 은메달 71개 동메달 72개, 총 208개의 메달을 목표 삼았던 한국은 금메달 49개 은메달 58개 동메달 70개, 총 177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 3위에 올랐다. 한국이 2위를 놓친 건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이후 20년만이다. 금메달이 50개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1982년 뉴델리 이후 36년만이다.
    20년만에 일본에 밀리고, 24년만에 종합 3위로 다시 떨어졌다는데 세상은 조용하다. 종합 3위보다 속상한 것은 '침묵'이다. 참혹한 성적표를 들고 왔는데 다들 괜찮다고 한다. 체육계는 이 침묵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한다. '괜찮다'는 인사를 위안삼을 때가 아니다. 분노하는 관중도, 다그치는 팬도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교훈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스포츠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금메달 목표, 6회 연속 종합 2위를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선수도 팬도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는 되어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병역 특례에 관심이 집중된 야구, 축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마추어 종목들은 철저한 무관심속에 치러졌다. 지난 6월, 러시아월드컵에서 신태용호가 16강에 오르지 못했을 때 여론의 질타는 뜨거웠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를 하든 종합 3위를 하든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허들퀸' 정혜림의 금메달, '인어공주' 김서영의 개인혼영 200m 금메달, '여제' 나아름의 사이클 4관왕, '열여섯 도마신성' 여서정이 32년만에 따낸 금메달은 눈부셨지만 그 여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관중과 팬이 없는 스포츠는 의미가 없다.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통합 이후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생활체육은 제자리걸음이고, 엘리트 체육은 빛의 속도로 퇴보중이다. 대한민국 체육이 국민의 사랑을 받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겸허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자카르타 현장에서 '세계 최강' 펜싱 미남미녀 선수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체조 금메달리스트 김한솔을 향한 자원봉사자들의 사인공세도 이어졌다. 그러나 국내에서 열리는 모든 종목의 실업대회 현장은 언제나 초라하다. 그들만의 리그다. 관중도 없고 중계도 없다. 당연히 인기도 없다. 정부의 지원, 기업의 투자를 말하기 전에 체육인 스스로 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팬들과 어떻게 나눌지, 어떻게 더 흥미로운 방식으로 팬들에게 다가설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인기종목과 비인기종목의 격차,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분명하게 확인하게 한 대회였다.
    수영, 육상, 체조 등 가장 많은 메달이 분포된 기초종목에서 한중일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육상, 체조, 수영에서 모처럼 하나씩 나온 금메달을 위안 삼지만, 수영 1종목에서만 중국과 일본은 나란히 19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새 선수층의 유입이 미약하다. 선수 토대가 얇아졌고 선수를 하지 않으려 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유망주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운동하는 습관을 키워주는 학교체육이 답이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체육시간, 스포츠클럽을 통해 스포츠의 가치, 올림픽정신을 배우고 직접 해당 스포츠를 즐기고 경험하면 자연스럽게 그 스포츠의 팬이 된다. 그 속에서 특출난 선수도 나온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은 "유도에서 일본이 세계최강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저변이 다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태권도처럼 '교기'로 학교를 다니는 모든 학생은 유도 점수를 따야 졸업을 할 수 있다. 많은 인구 속에서 좋은 선수도 나온다"고 했다.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것은 너무나 많다. 손바닥안 유튜브로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는 시대다. '우리나라' 스포츠 경기를 '당연히' 보던 시대는 지났다. 애국심, 국위선양의 시대도 지났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그들만의 아시안게임에 열광하지 않는다. 종합 3위는 괜찮지만, 작금의 상황은 결코 괜찮지 않다. 관중들은 기다리지 않는다. 자카르타는 2년 후 2020 도쿄올림픽, 비틀거리는 한국 스포츠를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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