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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전 일등공신 이승우, 세리머니도 '스토리'로 장식하다

    입력 2018.09.02 16:58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전반 선취골을 성공시킨 한국 이승우가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01/
    "어, 어? 광고판. 넘어지면 안돼요."(최용수 SBS 해설위원)
    1일 오후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한국과 일본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전반 선취골을 성공시킨 한국 이승우가 손흥민과 환호하고 있다. 보고르(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9.01/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안정환 MBC 해설위원)
    축구 대선배 최용수, 안정환 해설위원은 한일전을 중계하던 중 이심전심으로 절박하게 외쳤다.
    이승우(20·베로나)가 1일 벌어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통쾌한 선제골을 넣은 뒤 골 세리머니를 하는 과정에서다. 이승우는 눈부신 활약에 이어 세리머니에서도 톡톡 튀는 '스토리'를 더해 흥미로운 화제를 남겼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서 막내로 출전해 '한국축구의 미래'임을 증명한 이승우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와일드카드 황의조 손흥민과 함께 좋은 활약을 보여왔고 숙명의 결승전에서 일등공신으로 우뚝 섰다. 0-0으로 지쳐가던 연장 전반 3분 손흥민이 드리블하던 것을 '당돌하게' 낚아챈 뒤 장쾌한 골로 연결해 아시안게임 2연패의 다리를 놨다.
    청소년대표 시절 '일본킬러'의 명성을 떨쳤던 그가 또 같은 또래의 일본을 만나 침몰시킨 것만 해도 '각본없는 스토리'로 부족함이 없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골 세리머니를 단순 통과의례가 아닌 새로운 스토리로 장식했다.
    이승우는 골을 넣은 뒤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동료 선수들에게 '잠깐만요' 제스처를 한 뒤 미리 구상한 듯 일본 골문 뒤쪽 광고판으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방송 중계를 하던 최용수 위원이 당황했고 안방의 축구팬들은 폭소가 터졌다. 광고판 세리머니 원조 최용수의 '웃픈' 추억을 소환했기 때문이다. 최 위원은 선수 시절인 1998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카자흐스탄과의 1차전에서 골을 성공한 뒤 광고판에 뛰어올라 만세를 부르려다가 낙상하는 바람에 큰웃음을 선사한 바 있다. 이후 최용수의 과거 활약상을 소개할 때마다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화제의 영상이 됐다.
    이승우는 20년 전 그 장면을 재현했다. 살짝 삐끗했지만 다시 제대로 올라서서 두손을 귀에 대고 관중 환호를 유도하는 세리머니를 '의기양양'하게 펼쳤다. 자신의 추억이 생각난 듯 "넘어지면 안돼요"를 연발하던 최 위원은 "참, 중심이 잘돼 있어요. 이승우 선수는…"이라며 재미난 어록을 남겼다. MBC에서 해설하던 안정환 위원도 절친 선배 최 위원의 세리머니가 생각난 듯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라며 또 떨어질까봐 노심초사했다. 이 덕분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추억의 최용수 광고판 영상이 새삼 인기를 타고 있다.
    여기에 네티즌의 관찰력이 예리했다. 하필 이승우가 올라 탄 광고판은 일본의 대표 자동차 브랜드 '토요타'의 것이었다. '가위·바위·보에서도 지면 안된다'는 한일전에서 쾌승을 인도하고 일본의 자존심을 밟고 섰으니 국민들에겐 배가된 쾌감을 선사한 것이다. '토요타' 바로 옆 광고판은 중국 스포츠 브랜드 '361°'였다.
    이승우가 일본의 감정을 자극하기 위해 의도한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토요타' 광고판 뒤쪽이 사진기자 취재구역이었다. 베트남과의 준결승에서도 방송 카메라에 키스 세리머니를 하는 등 개성넘치는 이승우는 사진기자들에게 '멋진 그림'을 더 자세히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승우에게 광고판은 특정 브랜드가 아닌 다 똑같은 디딤대였고, 국내 축구팬에게 광고판의 '토요타'는 스토리텔링의 완성이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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