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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와! 나와!" 손흥민 공을 번개슛… '일본 킬러' 이승우 뜨다

    조선일보
  • 장민석 기자
    입력 2018.09.03 03:00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드리블하던 손흥민 멈춰세우고 이승우, 번개같은 왼발슛 결승골
    도요타 광고판에 올라 세리머니 "골 넣고 너무 좋아 무작정 올랐다"

    "나와! 나와!"

    1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 연장 전반 3분. 페널티 지역 왼쪽을 드리블로 돌파하던 손흥민(26·토트넘)은 비켜 달라는 후배의 외침에 멈칫했다. 그 자리엔 '일본 킬러' 이승우(20·베로나)가 있었다. 오른발잡이 이승우의 날카로운 왼발 슛이 골망을 갈랐다. 지난 베트남과의 4강전에서도 선제골을 기록한 '황금 왼발'이 또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승우가 1일 일본과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골을 넣은 후 광고판 위에 올라가 귀에 손을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일본 킬러’이승우가 한·일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승우가 1일 일본과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 전반 골을 넣은 후 광고판 위에 올라가 귀에 손을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이승우는“눈앞에 광고판이 보여 올라가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이승우는 곧바로 일본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TOYOTA)' 광고판 쪽으로 달려갔다. 처음엔 중심을 잡지 못하고 기우뚱하며 내려왔다. 하지만 기를 쓰고 다시 위에 올라섰다. 송범근 등 후보 선수들이 뒤에서 이승우의 바지를 잡고 버텨줬다.

    이승우는 귀에 손을 갖다 대고 관중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현역 시절 골을 넣고 광고판을 타고 넘으려다 미끄러졌던 최용수 SBS 해설위원은 "이승우가 중심을 참 잘 잡는다"며 칭찬했다. "일단 너무 좋아서 앞으로 달려갔어요. 근데 눈앞에 광고판이 보이더라고요. 올라가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이승우 측 관계자가 이승우에게 전해 들은 세리머니 후일담이다.

    이승우를 오래 지켜본 팬이라면 데자뷔처럼 느낄 수도 있었다. 이승우는 2014년 AFC(아시아축구연맹) 16세 이하 대회 일본전에서 두 골을 터뜨린 뒤 귀에 손을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쳤었다. 당시 경기를 앞두고 "우리가 준비한 대로 하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보란 듯 60m 단독 드리블로 일본 수비수 셋에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망을 가르며 스타덤에 올랐다. 4년 뒤 생애 두 번째 일본전에 나선 이승우는 이번에도 골망을 흔들며 새로운 '한·일전의 사나이'로 떠올랐다.

    아시안게임 누가 누가 잘했나
    선제골로 한국의 결승전 2대1 승리를 이끈 이승우는 이번 대회 초반만 해도 감기 몸살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그가 살아난 건 패하면 집으로 가는 단판 승부부터다.

    이승우는 이란과의 16강전(2대0 승)에서 화려한 드리블 개인기로 쐐기골을 꽂았고, 베트남과 벌인 준결승전에서는 두 골을 터뜨려 3대1 승리 주역이 됐다. 조별리그를 건너뛰는 등 최대한 자신을 늦게 보내려는 소속팀 베로나를 간곡히 설득한 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이승우는 당시 베로나에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성장해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끝에 일찍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올랐다. 조기 합류로 충분한 현지 적응 기간을 거친 것이 토너먼트 맹활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황의조(26·감바 오사카)는 9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다. 전(全) 경기에 출장한 황의조는 결승전에선 체력적인 부담을 느낀 듯 자주 밸런스를 잃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골을 넣지 못했음에도 상대의 수비를 떨어뜨리고 기회를 잡는 간결한 움직임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손흥민 의존도가 너무 컸던 한국은 황의조가 특급 골잡이로 떠오르면서 다가올 1월 아시안컵에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손흥민 패스, 황의조 득점'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확실한 득점 공식이 됐다.

    '풍운아' 황희찬(22·함부르크)은 일본전 헤딩 결승골로 끝내 웃었다. 이번 대회에서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를 자주 선보이기도 했지만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냈던 황희찬은 우승으로 가는 골의 주인공이 됐다. 황희찬은 인스타그램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동안 한국 대표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골키퍼 조현우(27·대구)는 올여름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러시아월드컵에서 깜짝 주전 수문장으로 기용돼 눈부신 선방을 펼친 조현우는 국내 여론에 힘입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결승전에서도 몇 차례 선방으로 든든히 뒷문을 잠갔다. 그는 이제 병역 특례 혜택을 받아 유럽 진출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이들 중 9월 A매치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린 손흥민·황의조·조현우·황희찬·이승우·김민재·황인범·김문환 등 8명은 4일 오전 9시까지 파주 NFC에 입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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