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유은혜〈사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후 교육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올라온 '유은혜 의원의 교육부 장관 후보 지명을 철회해 달라'는 청원에는 나흘 만에 4만3000명이 동의했다. 이를 포함해 유 의원의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는 청원 글이 20개 넘게 올라왔다.

이들이 유 의원의 장관 지명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 의원이 2016년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직법 제정안 때문이다. 교육공무직은 돌봄 교사, 조리원 등 학교 비정규직 직원들을 말한다. 법안 내용 중 '사용자는 교육공무직원 중에서 교사 자격을 갖춘 직원은 교사로 채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임용 고시생들과 교사 단체 등은 "비정규직 직원을 정식 교사로 채용하면, 힘들게 임용 고시를 준비한 사람들은 뭐가 되느냐"고 크게 반발했다. 결국 유 의원은 20여 일 만에 법안을 철회했지만 "교육 현장을 얼마나 모르면 그런 법안을 발의했겠느냐" "장관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자도 해당 법안을 거론하며 "유 의원 지명을 철회하고 제발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고 학생, 학부모, 교육 전반을 생각하는 분을 교육부 장관에 앉혀달라"고 했다.

유 의원이 '조기 영어 교육 금지'를 주장하는 점에서도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 초부터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 후 수업이 금지되자,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도 함께 금지하려고 했다가 학부모들이 반대해 취소했었다.

당시 여당 교문위 간사였던 유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 영어 교육 금지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 1월 본지 통화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아륀지' 파동으로 조기 영어 교육 붐이 일었는데, 아이들이 흥미를 갖고 배우는 게 아니라 부모가 자식이 뒤처질까 불안한 마음에 강제로 시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기 영어 교육에 찬성하지 않는다"면서 "어린 시절엔 영어보다 놀이와 문화·예술 교육을 통해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유 의원은 "단, 이런 정책 방향이나 필요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당장 올해부터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을 금지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과거 유 의원 인터뷰를 인터넷에 퍼 나르며 "유 의원이 장관이 되면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를 다시 추진할 것" "영어 사교육 부추기는 유은혜 장관 지명에 반대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 여부를 올 하반기에 시민 의견을 들어 정하는 '정책 숙려제'로 결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유 의원 측은 "학교 비정규직 법안은 이미 철회했기 때문에 장관이 된다고 다시 추진할 일은 없고, 영어 방과 후 수업 금지에 대해선 신중히 판단해 국회 인사 청문회 때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한 직원은 "지금까지 자식 병역이나 위장 전입 등 개인 신상 문제로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경우는 많이 봤지만, 법안이나 정책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유 의원의 장관 지명에 대해서는 현 정부 지지 세력인 진보 교육·시민단체들도 탐탁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질된 김상곤 장관에 대한 동정론 때문이다. 김 장관이 2022학년 대입 개편안 발표 당시 본인 소신과 달리 청와대의 정시 확대 지시를 따랐는데, 정권 지지율이 떨어지자 김 장관을 내쳤다는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은 30일 성명에서 "김상곤 장관은 혁신 교육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데, 이런 장관을 두고서 제대로 대입 제도를 결정 못 했다면 그것은 청와대 책임"이라면서 "청와대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으면 어떤 장관이 와도 교육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30일 대통령 만찬에 불참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김 장관 측은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지만, 교육부 직원들 사이에선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욕은 다 들어먹고 이제 와 나가라고 하니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냐" "만찬에 안 가니 속이 시원했다"는 말까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