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당정청(黨政靑) 전원회의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적폐 청산으로 불의의 시대를 밀어내고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기국회를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회의에는 문 대통령과 각부 장관, 청와대 참모, 여당 의원 등이 거의 전원 참석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하루 전 열린 당 워크숍에서 "이번 정기국회는 소득 주도 성장, 탈원전 등에 대한 보수 진영의 공세로 치열한 100일 전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원회의'라는 것도 우리나라에선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용어이고 여기서 나온 살벌한 말들도 여기가 2018년 한국 맞느냐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지금은 운동권들이 투쟁하던 1970~80년대가 아니다.
현 정권은 대선 기간 중에는 집권하면 마치 통합의 시대를 열 것처럼 했다. 그 말을 믿은 사람은 별로 없지만 정권 출범 후엔 하루가 멀다 하고 압수수색, 출두, 밤샘 조사, 구속영장, 재판, 감옥행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전직 대법원장·대법관 등까지 적폐 청산 대상에 올라 있다. 1년 3개월간의 과거 캐기에 많은 국민이 고개를 돌리는데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정부 스스로가 새로운 적폐를 쌓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드루킹 댓글 조작에 대한 검경의 봐주기 수사, 봐주기 수사 주역만 유임시킨 인사, 야당 공천 확정 날을 노린 수사, 국정교과서 실무자들에 대한 블랙리스트, 정부가 주식 한 주도 없는 포스코 회장에 대한 사퇴 압력 의혹, 공영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인사 개입과 신보도지침, 탈원전으로 인한 국익 손실, 정치적 4대강 보 개방으로 인한 후유증, 통계청장 경질, '캠코더' 인사 등은 적폐 그 자체다. 새 정부의 '내로남불'은 일일이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자신들은 이렇게 적폐를 쌓아가면서 5년 내내 남 과거 캐기를 하겠다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실험은 고용과 소득 분배, 기업 투자 통계를 온통 사상 최악으로 만들고 있다. 일자리 만든다면서 쓴 국민 세금 54조원은 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경제부총리는 물론이고 대통령이 자문하는 경제 전문가조차 소득 주도 성장 기조의 변화를 건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득 주도 실험을 더 강하게 전투하듯이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문제 장관의 교체로 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졌으나 예상대로 '불통과 오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여권은 최근의 고용 재난과 소득 양극화 참사가 "전 정부 탓"이라고 해 왔다. 집권 3년 차를 바라보는 정권이 전 정부 탓을 하려면 무엇 하러 집권했는지 알 수 없다. 권력은 휘두르고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건가. 문 대통령은 '전원회의'에서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의롭지 않은 사회가 되고 말았다" "국가 권력은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는데 지금 정부가 그와 같이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세계 모범국 나라의 집권층에서 4차 산업혁명과 국민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수십 년 전 낡은 투쟁 레코드판이 돌아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지지층이 똘똘 뭉치고 세금을 퍼부으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지지층만 바라보며 국민 다수와 불통하고 민생보다 정치를 우선한 정권이 성공한 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