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온도 22도, 이거 성차별 아닙니까"

조선일보
  • 이철민 선임기자
    입력 2018.08.31 03:00

    [오늘의 세상] 뉴욕주지사 후보 토론회서 논란
    40대 남성 대사량 맞춰 기준 정해… 여성은 24도 이상이 적정 온도

    성, 지역, 상황별 적정 실내 온도

    특정 실내 온도가 남녀 한쪽에 성(性)차별적일 수 있을까. 미국에서 실제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이다.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국 민주당의 뉴욕주지사 후보 토론회를 계기로 실내 온도의 성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3선을 노리는 현 주지사 앤드루 쿠오모와 TV 여배우인 신시아 닉슨은 이날 한 대학에서 TV 생중계 토론을 했다. 토론에 앞서 닉슨 측은 주최 방송국인 CBS에 이메일을 보내 "토론장 온도가 악명 높을 정도로 성차별적"이라며 "온도를 화씨 76도(섭씨 24.4도)로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방송사 측이 평소 공식 행사를 '극(極)지방 기온'에서 치르는 것을 좋아하는 쿠오모 주지사의 요구를 따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기자들 사이에선 '냉동 창고(meat locker)'란 별명이 붙은 쿠오모의 회견장에 갈 때는 아예 '담요를 가져가라'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닉슨 측의 이메일이 공개되면서 인터넷에선 남성에게 맞춰진 '가부장(家父長)적 온도 결정권'이 도마 위에 올랐다. 미 여성들은 "나도 닉슨처럼 온도 결정권이 있으면 사무실용 스웨터를 치워버릴 텐데…" "내 손은 늘 얼음장이다" "사무실 온도가 낮아 표현력이나 외향성이 떨어진다"고 호응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사무실 온도는 1960년대에 측정한 '70㎏ 40세 남성의 안정 시 대사량'을 고려해 땀을 흘리지도, 떨지도 않는 섭씨 20~22.7도에 맞춰져 있다고 미 공영 라디오방송(NPR)은 전했다. 2015년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학의 연구진이 각국 조사를 취합한 결과를 보면 북미·유럽 남성의 적정 온도는 22.1도였다. 미국과 영국의 20대 젊은 여성은 24.5도, 일본 여성은 25.2도가 적정 온도였다.

    체격이나 운동 수준에 따라 신진대사율이 다르지만 통상 여성에게 맞는 실내 온도는 남성보다 높다. 또 남성은 여름에도 사무실에서 정장(正裝) 차림이 많아 가벼운 옷차림의 여성이 원하는 온도보다 최대 5.5도까지 기온이 낮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도 사무실 온도를 15도에 맞춰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쿠오모 지사 측은 그의 애견(愛犬)이 얼음 조각들 위에 누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고 "닉슨 측이 원하는 온도에서 열린 준비 모임에 갔다 온 뒤 회복 중"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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