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500명 둔 인권법연구회… 핵심 멤버는 '우리법' 출신들

조선일보
입력 2018.08.31 03:00

법원내 주류 세력이 된 두 단체
사조직 성격 강했던 '우리법', MB때 판결 구설수로 와해되자 후신격인 '인권법' 만들어져

우리법연구회는 1988년 김용철 대법원장의 유임에 반대해 일어난 '제2차 사법 파동'을 계기로 만들어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박시환 전 대법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당시 서울지법 소장 판사들이 설립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용훈 대법원장 체제하에서 법원행정처 요직에 이 모임 출신이 대거 기용돼 법원 내 주류 세력으로 떠올랐다.

한때 회원 수가 120명을 넘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연구회 소속 판사들이 튀는 판결과 정치적 발언을 일삼아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면서 조직이 와해됐다. 2011년 당시 연구회 회장이었던 최은배 전 부장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뼛속까지 친미(親美)'라고 비난하는 글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2010년 논문집을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명단이 공개됐을 당시 회원 수는 60여명이었다. 현재는 40여명이 학술 모임 위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법연구회가 사실상 활동을 멈춘 2011년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설립됐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과 이인석 대전고법 판사가 초대 회장·간사를 맡아 우리법연구회의 '후신(後身)'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진보 색채가 뚜렷한 법관들의 폐쇄적인 사조직 성격이 강했던 우리법연구회와 달리 인권법연구회는 회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법원에 공개하는 연구 모임으로 출발했다. 구성원들의 지역·이념적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회원 수도 500명에 육박한다.

인권법연구회는 설립 초반에는 말 그대로 '인권법 연구'에 중점을 두고 활동했다. 그런데 2015년 7월 연구회 내부에 '인권 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이 만들어지면서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사모는 법관 인사와 대법원장 권한 분산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법원 내부에서는 "인사모는 우리법연구회의 부활"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법연구회의 연구 주제와 비슷하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이 주축이 돼 인사모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사모 회원 수는 40여명에 불과하지만 인권법연구회를 움직이는 핵심 집단이다. 작년 3월 이들이 주도해 개최한 대법원장 인사권 관련 세미나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당시 법원행정처 간부가 연구회 소속 판사에게 행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이 외부에 드러나면서 진상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진상 조사 과정에서 연구회 소속 판사가 "판사들을 뒷조사한 문건이 법원행정처에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면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졌다. 그것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검찰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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