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일본을 누르고 사실상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진출을 확정 지었다. 31일 중국과의 수퍼라운드 2차전에서 이길 경우 일본-대만전 결과에 관계없이 결승에 올라간다.
한국과 일본의 야구 수퍼라운드 1차전이 열린 30일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 경기 전 양쪽 미디어석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은 지상파 3사 중계 인력을 포함해 100여 명의 취재진이 자리 잡았다. 반면 일본 취재진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일본은 이번 대표팀을 사회인(실업)리그 소속 선수로 꾸렸다. 일본이 KBO리그 '올스타급' 선수가 대부분인 한국에 져도 큰 뉴스가 될 리 없었다. 반면 한국이 지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고, 결승 진출은 아예 물 건너 가는 상황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큰 부담에도 홈런 3방(김하성·박병호·황재균) 포함해 14안타를 터뜨리며 일본을 5대1로 눌렀다. 조 예선에서 실업 선수 주축인 대만에 패해 구겨진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회복했다.
강력한 타선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넥벤져스(넥센+어벤져스)'로 불리는 넥센 타자들이 공격을 주도했다. 0-0으로 맞선 3회초, 2번 김하성이 상대 선발 사타케 가쓰토시의 4구째를 두들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취 1점 홈런(비거리 120m)를 쏘아 올렸다. 곧이어 4번 타자 박병호도 좌측 솔로포(비거리 125m)를 뽑아냈다. 2회까지 범타로 득점 기회를 날렸던 한국 공격이 두 넥센 타자의 대포로 활기를 되찾았다. 이후 7회를 뺀 나머지 이닝에서 매 회 안타를 뽑아냈다.
4번 타자 박병호가 4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했고, 이정후·김하성·안치홍·양의지가 2안타를 때렸다. 박병호는 2회말 수비 때 실점으로 연결 될 수도 있었던 안타성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 수비에서도 큰 몫을 했다. 여기서 실점했더라면 오히려 경기 주도권을 일본에 내줄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부담스럽던 상대를 이겼지만, 내용은 아쉬움을 남겼다. 14안타를 때리고도 5점을 뽑는 데 그쳤다. 잔루(이닝 공격을 끝냈을 때 주자 수)가 13개나 됐을 만큼 기회를 잘 살리지 못했다.
마운드에선 선발 우완 최원태(넥센)가 2회를 마치고 팔꿈치 통증을 느껴 교체됐지만 이용찬(두산)이 3과 3분의 2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최충연(삼성)과 함덕주(두산)가 차례로 마운드에 서며 3과 3분의 1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안타 2개만 내줬다.
박병호는 경기 후 "예선을 치르며 (부진에 대해) 후회와 반성을 많이 했다. 더는 후회가 남지 않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김하성은 "중국전에서도 집중해 좋은 결과를 내겠다. 우리는 KBO리그 선수다. 꼭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말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 높은 야구는 대회 결승에 오른 남자 축구와 달리 일부 팬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오지환(LG), 박해민(삼성) 등 몇몇 선수가 병역 해결을 위해 상무나 경찰 지원을 미루고 아시안게임에 합류했다는 이유다. 일본전을 마치고도 온라인에선 '한국이 꼭 은메달을 걸었으면 좋겠다' '축구는 금, 야구는 은' 같은 댓글이 상당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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