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ESSAY] 운전을 접으니 홀가분하고 편해졌다

조선일보
  • 송창영 변호사
    입력 2018.08.31 03:10

    송창영 변호사
    송창영 변호사

    지난해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팔고 운전을 접었다. 올해 일흔여덟, 마흔 살 때 운전면허를 땄으니 40년 가까이 운전을 한 셈이다. 지난해 말 그동안 몰던 대형 승용차를 중소형으로 바꿀 생각으로 우선 대형을 처분했다. 5년 전 현직에서 은퇴하면서 차를 사용할 일도 별로 없는데 굳이 큰 승용차를 굴릴 이유가 없었다. 봄이 되면 작은 차로 바꿀 생각이었다. 하지만 승용차 없이 겨울철 몇 달을 지내면서 '이 나이에 또 새 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나'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선 승용차 없이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었다.

    교통 비용도 훨씬 적게 들었다. 그동안 승용차 유지 비용으로 보험료 160만원, 자동차세 100만원, 세차비 80만원 등 가만히 세워만 놓아도 연 340만원 정도가 들어갔다. 연료비와 수리비를 합하면 연 500만원을 넘겼다. 하지만 택시를 이용했더니 반의 반도 안 되었다.

    무엇보다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사고 걱정을 했다. 운전에 자신이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발력이나 민첩성이 떨어지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특히 60대 후반 들어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피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 종종 타이밍을 놓치곤 했다. 세월의 무게를 거스르며 버티다 막다른 골목에서 사고 내고 손 뗄 게 아니라 그 전에 운전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국 올 초 겨울이 끝날 무렵 자가용을 그만 타고 이참에 운전도 접기로 마음을 굳혔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음에 반대 입장이었다. 운전대를 놓으면 사회생활에 뒤처지고 뒷방 늙은이처럼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이내 아내와 아이들도 현명한 결단이라고 반겼다. 무엇보다 필자가 운전을 하지 않으니까 "사고 위험이 없어져 한시름 놓았다"고 좋아했다.

    아내는 지금도 친구들 식사 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은 승용차를 몰고 오는데 우리만 택시 타고 가는 게 조금 체면이 구기고 자존심 상해하는 것 같은 눈치다. 하지만 필자는 동년배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하루빨리 운전대를 놓으라"고 권한다.

    특히 은퇴 이후 차를 가지고 있으면 내가 차를 모는 게 아니라 모시고 다닌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차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 쓰이는 게 많으니 마치 시집살이하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긁히지나 않았는지, 비가 많이 오면 침수는 안 됐는지 등 신경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달 서울 구의동의 한 골목길에서 70대가 차를 몰다가 2명을 숨지게 하고 인근 수퍼마켓을 들이받고 멈춘 사고가 있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필자와 동년배라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런 비극을 겪기 전에 운전을 그만두는 것은 노인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 교육과 치매 검사를 한다. 노인이 운전면허를 아예 반납하면 대중교통비를 지원한다.

    요즘 아파트 단지 주차장은 낮에도 빈 공간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만원이다. 필자같이 노령에 접어든 사람들이 승용차를 별로 사용할 일도 없으면서 처분할 결심을 하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필자가 운전을 접은 이후 느끼는 홀가분함과 편안함을 다른 사람들도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