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차 경고 스티커에 불만,지하주차장 가로 막아
주민들, "부끄럽지 않나" 불만 포스트잇 수백개 붙여
50대 여성 차주 "사과할 마음 없다"
경찰,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입건…다음달초 소환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한 50대 여성이 불법 주차 경고 스티커를 붙인 것에 불만을 품고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자신의 캠리 승용차로 막은 ‘송도 캠리’ 사건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차주 A(51)씨는 30일 언론 인터뷰에서 "남의 사유물에 마음대로 본드칠 한 주차위반 스티커에 화가 나 차를 주차시켰다"며 "현재까지 (아파트 주민들에게) 사과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7일 오후 4시 43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캠리 승용차로 막고 자리를 떠났다. A씨는 자신의 차에 아파트 단지 주차 위반 스티커가 부착된 것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사무소는 A씨가 당시 승용차에 이 아파트 주차 비표를 붙이지 않았던 탓에 외부차량으로 인식해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였다.
주차장에 진입하지 못해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도로가 사유지여서 경찰에게는 차량을 견인할 권한이 없었다. 경찰은 A씨가 아파트 입주민이라는 점을 파악하고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불편이 지속되자 주민 20여 명은 이날 오후 11시쯤 A씨의 승용차를 손으로 들어 인근 인도로 옮겼다. 주민들은 차 앞뒤로 다른 차량을 주차하고 주위에 경계석과 주차금지 표지판, 화분 등을 놓아서 차량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승용차가 방치된 지 사흘째였던 지난 29일 A씨의 차량에는 아파트 거주자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포스트잇 부착 행렬’이 시작됐다. ‘해당 차주에 대한 입주민 여러분의 사랑을 듬뿍듬뿍 표현해 주세요!’라는 포스트잇 한 개가 이날 오전 차량에 붙은 것이 시작이었다. 포스트잇에는 '부끄럽지 않니?', '아이들한테 좋은 교육 시킨다', '불법 주차 안하무인 감사합니다' 등 내용이 담겼다.
이날 경비원 및 입주민에 대한 공식 사과와 차량 이동을 요구하는 경고문도 차량에 붙었다. 경고문을 작성한 아파트 주민 일동은 "(A씨는) 본인 소유의 차량에 불법주차 스티커가 부착됐다는 사실에 불만을 갖고 이 차량을 이용해 27일 오후 4시쯤 아파트 정문 및 지하주차장 출입을 막고, 경비원과 관리소 직원에게 막말을 퍼붓는 사건을 일으켰다"며 "당 아파트 주민은 해당 경비원 및 입주민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상기 차량의 즉시 이동을 요청한다"고 했다.
또한 경고문은 "차량이 이동되지 않을 시 형사상 고발조치 및 민사상 손배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차량을 옮기지 않으면 차량 번호 및 동호수, 입주자 이름 등의 신상 정보를 순차적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공개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30일 오후 공개된 차량 사진에서는 포스트잇은 모두 제거됐다. 대신 차량 앞에는 '포스트잇 데이터 분석 결과'가 적힌 팻말과 가수 설현의 입간판이 설치됐다. 이 그래프는 한 입주민이 A씨의 차량에 붙은 총 400여 건의 포스트잇을 임의로 분석한 것으로, 그래프에는 52% '분노 표출', 22%는 '사과 요구', 16%는 '아이들 앞 부끄러움', 10% '기타 의견' 이라고 적혀 있다.
A씨도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A씨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불법주차를 한 이유에 대해 "남의 사유물에 마음대로 본드칠 한 주차위반 스티커에 화가 나 차를 주차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근하려고 차를 타니 조수석에 본드칠한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관리사무소에 따졌다. 경비 아저씨에게 누가 붙였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 붙였다고 책임을 회피했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생각은 처음에 없었지만 현재까지 사과할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차량을 중고차 매물로 내놓았으며, A씨와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는 이날 오후 사건 해결을 위해 만날 예정이라고 뉴시스는 전했다.
경찰은 A씨를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소환을 통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 측에서 9월 초쯤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