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군용기 1대가 29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진입해 강릉 동쪽 약 96㎞까지 비행한 뒤 돌아갔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 연합훈련 재개 의사를 밝힌 지 수 시간 뒤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넘어와 동해까지 들어온 건 올 들어 다섯 번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7분쯤 중국 Y-9 정찰기 1대가 이어도 서남쪽에서 KADIZ를 무단 진입했다. 이 군용기는 대한해협을 거쳐 포항 동북쪽 약 74㎞ 동해 상공까지 비행한 뒤 기수를 북쪽으로 돌렸다. 이후 오전 9시 38분쯤 강릉 동쪽 96㎞ 해상 상공에서 선회해 진입한 경로를 따라 남하했다. 중국 군용기가 KADIZ를 최종 이탈한 시각은 오전 11시 50분쯤으로, 약 4시간 13분간 정찰 활동을 했다. 우리 공군은 중국 정찰기가 KADIZ에 들어온 직후부터 F-15K 등 전투기를 출격시켜 추적·감시 비행을 하고 경고방송을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찰기는 "국제공역에서 정상적으로 훈련 비행을 실시 중"이라면서 비행을 계속했다고 한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외국 항공기가 영공을 무단 침입하지 못하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설정한 구역이다. 군용기는 물론 민간 항공기도 다른 나라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려면 24시간 전에 해당 군 당국의 허가를 받는 게 국제 관례다. 중국 군용기의 올해 KADIZ 무단 진입 날짜는 1월 29일, 2월 27일, 4월 28일, 7월 27일, 8월 29일이다. 평창올림픽 직전·직후나,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 북한의 주한미군 유해 송환일, 미 국방장관의 한·미 연합훈련 재개 시사 등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주요 사안이 벌어졌을 때를 즈음해 진행됐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잊지 말라는 메시지 전달 차원일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노골적인 군사 활동을 다른 이벤트로 희석시키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