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없인 취업 못한다"… 특수大로 U턴하는 대졸자들

입력 2018.08.30 03:01

폴리텍대 올해 신입생 8662명 중 대학 다니다 온 사람이 1334명
최근 3년새 3배 가까이 늘어… 용접·SW 등 실무기술 집중 교육

한국폴리텍대학 입학생 중 대학 중퇴 이상인 사람 그래프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졸업 후 기술 교육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용접 등 실무 기술을 가르치는 전문학교, 특수대학에는 사회로 나가지 않고 재교육을 택한 '유턴' 입학생이 많다.

한국폴리텍대는 올해 2년제 학위 과정에 신입생 8662명을 뽑았다. 이 중 1334명은 다른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이다. 2015년에는 전체 9323명 중 455명이었다. 대학 중퇴 이상 학력을 가진 신입생이 3년 사이 3배로 늘어난 셈이다. 전체 학생 가운데 비율도 4.9%에서 15%로 증가했다. 1년 이하 전문 기술 과정의 경우 신입생 가운데 27%가 4년제 대학 졸업자였다.

이 대학은 고용노동부 산하 특수 대학으로 기술 실무 인력을 양성한다. 한국폴리텍대 관계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우리 학교로 유턴한 사람들은 대부분 평균 2~3년씩 취업 준비를 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론이 아닌 용접·가공 등 중소기업에 필요한 실무 기술을 가르치는데, 기존 전공으로는 취업이 안 돼 실무 경험을 배우러 온다는 것이다. 한국폴리텍대는 학과마다 중소기업 40여 곳을 협력업체로 지정해 졸업생 취업을 알선한다. 데이터융합소프트웨어과 김종엽(27)씨는 세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1년 반가량 인턴 등을 하며 일자리를 찾다가 포기하고 한국폴리텍대학에 원서를 넣었다. 김씨는 "당시 스펙(조건)으로 아무리 입사 원서를 넣어봤자 합격할 희망이 보이지 않아 기술을 배우려 진학하게 됐다"고 했다.

국어교육학 석사 학위를 따고 몇 년간 임용고시를 준비한 김종현(37)씨는 지난 3월 이 학교 전기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고시를 포기하고 뒤늦게 취업하려 했지만 서류 전형 통과하기조차 어려웠다"며 "전기과가 이 학교에서 가장 취업이 잘된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린에너지설비학과의 한 학생(39)은 "서울의 10위권 사립대 영문과나 회계학과 출신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과 황상구(27)씨는 "수능 점수에 맞춰 경기권 4년제 대학 회계세무학과에 들어갔지만 암담한 취업 현실을 보고 2년 만에 자퇴했다"며 "친척이 있는 캐나다로 이민 갈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해외 유학파 출신도 있다. 미국 바이올라대에서 인간생물학 학사 학위를 받은 이예은(27)씨는 품질관리 전문가 과정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2년 전 한국에 돌아와 임상시험 연구원 자리를 알아봤지만 취업이 잘 안 됐다"며 "인턴으로 지원한 한 회사에서 '1년 정도 경험을 쌓고 오라'는 얘기를 들은 후 실무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김준석 한국폴리텍대 융합기술교육원 생명의료시스템학과 학과장은 "요즘 대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며 "가급적 경력직을 선호하고 신입을 뽑더라도 실무 능력을 자주 본다"고 했다. 취업 정보 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등록된 채용 공고 55만여 건 중 경력직만 모집한 회사가 26.6%로 신입과 경력 모두 채용한 곳(13.4%)의 두 배에 달했다. 실무 경험이 없는 신입만 채용하겠다는 공고는 8%였다.

교수들은 "유턴 대학생들이 늘어나면서 강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했다. 컴퓨터응용설계학과 이승철 교수는 "취업난을 겪어서인지 공부에 대한 열정이나 절박함이 남달라 과 수석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다"며 "고졸 입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폴리텍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취업 전망이 어두워 당분간 유턴 학생 증가 현상은 지속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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