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갑 교실은 이제 그만… 학교가 예뻐지고 있다

조선일보
  • 김상윤 기자
    입력 2018.08.29 03:01

    어디나 똑같던 학교 건물 디자인… '창의적 공간' 개념으로 다양하게

    병원, 교도소, 군부대는 학교 건축을 논할 때 비슷한 양식으로 언급되는 곳이다. 소수가 다수를 통제하는 곳이며 구조 또한 그에 맞춰 짓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매일 시간을 보내고 친구를 사귀며 사회성 훈련을 하는 장소인 학교 디자인의 중요성은 꾸준히 논의돼 왔지만, 교육 시설의 보수적 속성과 예산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건축가들은 "최근 수십년간 한국 사회의 변화에 비하면 학교 공간은 거의 그대로인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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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남양주 동화고의 삼각기둥 모양 건물‘삼각학교’는 중앙에 정원을 만들어 휴식 공간으로 쓰면서 건물 내부에 햇빛이 골고루 들게 했다. 작은 사진은 이 건물을 위에서 본 모습. /사진가 노경
    학교 디자인이 바뀌고 있다. 구조가 이전과 다르고, 공간을 단조롭지 않게 디자인해 창의적 사고를 이끌어낸다는 취지다. 경기 남양주의 사립고인 동화고에 2015년 세워진 '삼각학교' 건물은 학교 건축이라는 화두를 던진 건물로 꼽힌다. 이 건물은 이름처럼 삼각기둥 모양이며 가운데에 삼각형 모양의 중정이 있다. 건물과 내부 정원의 삼각형을 살짝 어긋나게 해 복도 너비를 2.4~5.5m로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곳을 설계한 네임리스건축 나은중·유소래 소장은 "일자형 건물을 지으면 옆에 있는 중학교를 완전히 가리는 데다 동선이 불편해져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삼각형"이라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작년 학교 내부를 리모델링하는 '꿈을 담은 교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가 총괄 건축가를 맡았고 건축사사무소 20곳이 20개 초등학교를 각각 다른 콘셉트로 바꿨다. 교실 하나당 5000만원이 들었다. 낡은 기자재를 바꾼 것은 물론이고 천장과 벽, 문의 재질과 색상, 모양도 뜯어고쳤다. 육각형·원형 책상을 둔 곳, 내부를 교실 공간, 바닥 공간, 다락 공간으로 나눈 곳도 있다. 학교 내 권위적 공간이었던 곳들도 바뀌었다. 교무실은 밝은 개방 형태로 바꾸고, 학생들이 오가지 못하게 했던 1층 중앙 현관을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올해는 대상이 45개 학교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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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의 집' 콘셉트로 꾸며진 서울 동답초 교실. 복도 쪽 창문을 열면 교실과 복도를 한 공간처럼 쓸 수 있다. /사진가 이범준
    신축 학교 디자인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내년 3월 서울 강서구 마곡동 새 교사로 옮기는 공항고가 첫 사례다. 최근 주목받는 방식인 '마을 결합형'으로 설계됐는데, 학교 시설을 인근 주민들과 공유하는 개념이다. 체육관과 컴퓨터실 등이 있는 몰(mall)이 있으며 교실 건물은 땅 형상에 따라 곡선형으로 설계했다. 2020년 개교 예정인 마곡2중(가칭)은 주민들에게 더 개방적인 광장 형태로 계획 중이다. 현재 공사 중인 구로구 항동초·항동유치원, 하늘숲초, 송파구 해누리초·중에도 다채로운 구조가 시도되고 있다. 낡은 통학로도 바뀌고 있다. 동작구 영화초와 영등포중·고 인근 담벼락과 전봇대에 페인팅과 벽화, 조명이 입혀졌고 교문 앞에는 학생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설치됐다. 광진구 용마초 앞에는 폐창고를 고쳐 만든 놀이용 건물이 생겼다.

    공립학교는 보통 2년 전 예산을 확정하고 설계 공모를 거쳐 1년 반 정도 공사한 뒤 개교한다. 학교 공간을 바꾸기 위해선 이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임 서로아키텍츠 대표는 "신설 학교의 경우 공사 막판에 교장이 결정되고 새로운 요구 사항들이 나오며 건축 절차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며 "외국의 경우 마을 협의체와 학교 측이 오랫동안 협의해 학교 설계와 운영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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