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보(洑) 가운데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어제 다시 닫혔다. 새 정부 출범 후인 지난해 11월 4대 강을 적폐 취급하면서 보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위해 개방한 이후 9개월 만이다. 농사와 지역 행사를 위해 수문을 다시 닫아 물을 모아야 한다는 건의를 결국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내달 중순 열리는 백제문화제에서는 황포돛배 375척을 띄워야 하는데 수위(水位)가 40~50㎝에 불과해 행사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보를 닫는다고 한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4대 강 16개 보 가운데 10개를 부분 또는 전면 개방했다. 녹조를 막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되레 녹조가 심해진 곳이 많다. 세종보 녹조는 작년, 재작년보다 심해졌고 보 주변 강바닥이 갈라지는 건천화(乾川化) 현상까지 나타났다. 수려하던 경관이 흉물로 바뀌었다. 낙동강 합천창녕보, 영산강 죽산보에서도 녹조 지표가 올라갔다.

농사지을 물이 부족해지자 농민들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금강은 세종보, 공주보가 완전 개방된 데다 주변 양수장들이 물 부족을 겪어 타격이 컸다. 그러자 정부는 공주보에서 송수관로로 농업용수를 공급했다. 4대 강 사업을 적폐라더니 물이 부족해지자 그 물을 끌어다 쓴 것이다. 낙동강에서는 지난해 6월엔 합천창녕보 수문을 열었다가 농민 반발로 닫았는데 올 10월엔 낙단보와 구미보를 열겠다고 해 주민들이 긴장하고 있다. 영산강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국 농민들이 4대 강 어느 보를 얼마만큼 여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왜 이래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세종보 수문을 열어 세종호수공원 물이 줄어들자 세종시가 물 확보를 위해 2억원을 들여 돌무더기 임시 보를 만드는 코미디 같은 일까지 있었다. 보 개방으로 수력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전기도 만들지 못했다. 국민 세금을 이렇게 멋대로 낭비한다.

4대 강 사업은 긍정과 부정의 영향이 모두 있다. 유속이 느려져 일부 지역 녹조가 심해졌지만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였고 주변 경관과 수질을 개선한 효과가 분명하다. 무엇보다 물 부족 국가인 우리가 12억t에 달하는 막대한 수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학적 분석으로 긍정적 효과는 높이고 부정적 문제는 줄이는 최적의 관리 방안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4대 강을 무슨 괴물 취급하면서 전쟁하듯 한다. 여당 대표는 고용 참사가 4대 강 때문이란 주장까지 했다. 각 분야에서 이런 억지가 국정을 얼마나 왜곡시키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