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藥 상용화' 위해… 26년 교수직을 내려놓다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8.08.28 03:00

    정년 2년 이상 남겨두고 퇴임하는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교수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연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기업에서 신약 개발 연구에 쏟아부을 계획입니다."

    바이오 벤처 기업 바이로메드의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김선영(63)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오는 31일 교수 퇴임식을 갖는다. 현재 미국에서 마지막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회사의 신약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정년(만 65세)을 2년 이상 남겨두고 교수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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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로메드 창업자 겸 대표이사인 김선영 서울대 교수가 27일 서울대 내 회사 연구실에서 개발 중인 신약‘VM202’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오는 31일 서울대 교수직에서 퇴임한다. /김연정 객원기자
    본인 의사로 정년을 남겨둔 채 교수직을 떠나는 것은 서울대에서도 드문 사례로 꼽힌다. 김 교수는 정년 퇴임하는 교수에게 주어지는 서울대 명예교수 직함도 받지 못한다. 그는 그러나 "그동안 쌓은 기술과 연구 노하우를 활용해 환자에게 절실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교수로 연구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2년 부임한 김 교수는 2년 뒤 서울대 자연대 연구실에서 연구원 2명과 함께 바이로메드를 차렸다. 국내 대학 내 벤처 1호였다. 그는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20여년 만에 회사를 시가총액 3조5000억원이 넘는 국내 최대 유전자 치료제 기업으로 키웠다. 직원도 100명까지 늘었다. 바이로메드는 코스닥 바이오 기업 중 특허가 가장 많고, 연구·개발 투자액도 매년 수백억원이 넘는다.

    김 교수는 퇴임 후 첫 목표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상용화를 내걸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당뇨로 신경세포가 죽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질환으로 미국에서만 환자가 200만명이 넘는다. 뚜렷한 치료약이 없는 데다 진통제도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특정 질환에 강한 유전자를 사람 몸에 주입하는 유전자 치료 방식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대부분의 신약은 유전자가 발현돼 나온 결과물인 단백질(항체·효소 등)로 만들었는데, 김 교수의 치료제는 유전자를 직접 몸에 넣어 병 치료에 필요한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한다.

    그는 "내년 상반기 미국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의 임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세계 최초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출시할 수 있다"며 "의약품 허가 기관인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먼저 우리 측에 신약 관련 데이터를 요청할 정도로 현지에서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벤처 창업은 이후 여러 학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이끌어냈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인 제넥신과 신라젠도 유전자 치료제를 연구하는 학내 벤처에서 출발해 코스닥 상위 기업으로 발전했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해외와 비교하면 국내 학계의 벤처 창업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학계 연구자들의 1%만이라도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는 데 나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교수가 돈 벌려고 한다'는 선입견 때문에 여전히 창업을 꺼린다"면서 "기초과학 연구 예산 대부분이 세금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에서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는 게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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