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여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 걱정의 소리가 많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되었다"고 했다. 전반적인 가계소득이 높아졌다고 했고, 따져보면 호전된 숫자들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 말처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기분 좋은 지표도 눈에 띈다. 가령 2분기 전체 가계소득이 작년보다 4.2% 늘어났고, 이런 증가율은 201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런데 소득 격차가 10년 만에 최악으로 확대됐다. 전체 소득이 늘어난 것은 하위 60%는 소득이 줄고, 상위 40%는 크게 늘어난 결과다.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은 정권이 자랑할 일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어제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최근 악화된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 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 경제의 현재 모습은 한두 달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시절에 책임 떠넘기고, 소득 주도 성장만이 제대로 된 성장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지갑을 두껍게 하겠다는 정책이 정반대 결과를 냈는데도 그대로 밀고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여태까지는 결과가 나쁘지만 앞으로는 왜 좋아질지 구체적인 설명도 내놓지 못한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길은 잘못 들어선 것이라고 모두 걱정하는데 대통령은 바로 가고 있다고 하고 참모들은 더 가면 길이 나올 거라고 한다. 김대중 정부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원로가 "연말이 돼도 경제가 좋아지기 어려운데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참모는 없고 용비어천가만 부른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