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전에 비해 원격의료 허용 범위를 대폭 축소한 입장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원격의료를 섬·산간 오지 주민이나 군인 등 의사와 만나기 힘든 장소·지역에 대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에 착수하기로 했다.

24일 보건복지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당정은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의료법의 원격의료 조항에 단서를 붙여 원격의료를 일부 허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복지부는 "그동안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토대로 의사와 의료인(간호사 포함) 간의 원격의료를 예외적으로 4개 장소·지역에서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료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4개 장소·지역은 ▲격·오지 군부대 장병 ▲원양선박 선원 ▲교정시설 재소자 ▲도서·벽지 주민이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개정 최종안을 마련하면 올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복지부의 이 같은 방침은 2016년 정부 입법안으로 낸 의료법 원격의료 개정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2016년에는 도서 벽지 주민, 군장병, 재소자만 아니라 도시지역의 거동 불편 노인과 장애인,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증질환자,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수술 후 퇴원환자 등이 대상이었다. 민주당은 당시부터 원격의료 확대에 대해 '의료산업화·영리화'라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서 "도서 벽지에서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환자를 원격의료하는 것은 선(善)한 기능"이라며 원격의료 확대에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소폭 확대'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전방부대 장병, 재소자, 도서벽지 등을 대상으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벌여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 성공적인 결실을 보였다고 인정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실시하려는 것"이라며 "소외지역에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영리화나 산업화와는 관계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 같은 입장은 2년 전 국회에 제출한 안에서도 대폭 후퇴한 것인 데다,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과도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IT(정보기술)의 발전 등으로 의료산업 환경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원격의료는 의료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하고 관련 산업 육성 등 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큰데, 복지부 안은 범위를 너무 축소해 효과도 시장성도 없게 시늉만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