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만들어 '막' 먹는 맛, 막국수는 이 맛이지!

입력 2018.08.24 03:00

[그곳의 맛] [7] 춘천 막국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은 강원 춘천시 신동면 실례마을이다. 그의 작품에는 국수를 '눌러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금시로 날을 받아서 대례를 치렀다. 한편에서는 국수를 누른다. 잔치 보러 온 아낙네들은 국수 그릇을 얼른 받아서 후룩후룩 들이마시며 색시 잘났다고 추었다.'(소설 '산골 나그네') '저 건너 산 밑 국수집에는 아직도 마당의 불이 환하다. 아마 노름꾼들이 모여들어 국수를 눌러 먹고 있는 모양이다.'(단편 '솟')

김유정이 묘사한 '눌러 먹는 국수'는 밀 반죽을 눌러 뽑은 면을 동치미 국물에 넣어 먹는 막국수를 말한다. 반죽을 치대 가늘게 뽑는 일반 국수와 달리 글루텐이 거의 없는 메밀은 반죽을 국수 틀에 넣고 눌러서 면을 만든다.

◇강원도 의병이 화전 일구다 먹게 된 막국수

춘천시에서 발간한 '춘천백년사'엔 춘천 막국수가 구한말 의병 봉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895년 명성황후시해 사건 후 춘천에선 의암 유인석 선생을 필두로 의병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일본의 탄압이 거세지면서 의병 가족은 산에 몸을 피해 화전을 일궈 연명하게 됐다. 특히 춥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메밀이 화전민의 주식이 됐다. 읍내에서도 메밀을 재료로 한 국숫집이 하나 둘 자리 잡게 됐다. 1968년엔 화전정리법으로 춘천 도심으로 이주하게 된 화전민들이 생계 해결을 위해 동네 여기저기에 막국수 음식점을 열었다. 춘천 막국수 전문점의 시초다. 1981년 서울 여의도 광장 일원에서 열린 '국풍 81'에선 강원도의 대표 음식으로 춘천 막국수가 소개되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지금은 춘천 시내에서 80여곳의 막국수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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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강원도 화전민의 주식이었다. 춘천으로 이주한 화전민들이 문을 연 음식점이 널리 알려지며 춘천이 막국수의 고장이 됐다. 현재 춘천에선 막국수 전문점 80여곳이 성업 중이다. /춘천시

막국수는 냉면처럼 쫄깃하지 않다. 쫄면처럼 매콤하지도 않다. 하지만 메밀 특유의 구수함과 담백함으로 한순간에 입맛을 사로잡는다. 막국수의 '막'은 '바로 지금'이나 '마구'라는 뜻이다. 메밀은 글루텐 성분이 적어 면으로 뽑아 삶으면 금방 불어 터진다. 막(금방) 만들어 막(곧바로) 먹어야 해서 막국수란 이름이 붙어졌다고 한다. 맷돌로 메밀을 갈아 분말을 만드는 과정에서 겉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은 막가루로 만든 국수라 해 막국수라는 뜻도 있다.

춘천시 신북읍 산천리엔 막국수를 뽑아내는 국수 틀과 가마솥의 외형을 지닌 독특한 건물이 있다. 춘천시에서 지난 2006년 예산 30억원을 들여 개관한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이다. 전시실로 꾸며진 박물관 1층에선 춘천 막국수 유래와 메밀 재배 방법, 전통 막국수 조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문화해설사가 막국수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또 선조들이 국수를 만들 때 쓰던 디딜방아와 맷돌 등 각종 도구도 전시돼 있다. 박물관 2층은 체험실이다. 관광객은 강사의 지도로 직접 메밀가루를 반죽하고, 국수 틀을 이용한 전통 방식으로 면발을 뽑아 볼 수 있다. 직접 뽑은 면은 즉석에서 막국수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홍웅기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 대표는 "1930년대 관(官)에서 제작된 지도를 보면 춘천시 요선동 소양고개 인근에 '방씨 막국수'란 상호의 식당이 표시돼 있다"면서 "춘천 막국수의 역사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8일~다음달 2일 '2018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

지난해 개최된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막국수에 양념장을 비비며 시식 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춘천막국수닭갈비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막국수에 양념장을 비비며 시식 체험을 하고 있다. /춘천시

매년 8월이면 춘천에선 지역 향토 음식인 막국수와 닭갈비를 주제로 한 축제가 펼쳐진다. 올해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춘천역 앞 춘천평화생태공원 일원에서 '2018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열린다. 1996년에 처음 시작된 막국수 축제는 지난 2008년 닭갈비축제와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28만명이 축제장을 찾았다. 역대 누적 인원은 600만명이 넘는다.

11회째를 맞는 올해 축제의 주제는 '먹고 보고 즐기는 로맨틱 춘천'이다. 닭갈비와 막국수 업체 9곳이 참여해 관광객들에게 전통의 맛을 선보인다. 100인분의 막국수와 닭갈비를 요리해 관람객과 나눠 먹는 '100인분 막국수·닭갈비 나눔 행사'가 축제의 백미다.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은 새콤달콤한 막국수를 무료로 맛볼 수 있다. 막국수 많이 먹기 대회도 행사 기간 이어진다. 볼거리도 가득하다. 축제 기간 중앙이벤트 광장에선 춘천예술단과 중국 기예단의 공연이 이어진다. 또 춘천 제일의 장사를 뽑는 '춘천시 읍면동 주민 씨름대회'와 메밀과 닭을 주 재료로 요리 대결을 펼치는 '제11회 춘천 향토 음식 전국 요리 대회'도 열린다.

축제 기간엔 축제장∼중도물레길∼강촌레일바이크∼애니메이션박물관∼소양강 스카이워크를 오가는 셔틀버스가 매일 6회씩 무료로 운행된다. 춘천 애니메이션박물관과 소양강 스카이워크 등 춘천 지역 관광지 5곳에서 도장을 받아오는 참가자에게 선물을 나눠 주는 스탬프 행사도 진행된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막국수를 알리는 관광 상품을 개발해 춘천의 자랑을 더욱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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