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역서 1만3500가구 정전…긴급복구
실종 1명·부상 1명…전남서 이재민 2가구
총 787개 항공편 결항…여객선도 발 묶여
태풍 '솔릭'의 북상에 따라 실종·부상자가 발생하고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기상청 등에 따르면 솔릭은 이날 오후 9시 기준으로 전남 목포 남남서쪽 70km 해상에서 동북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75hPa(헥토파스칼)로 최대 풍속은 초속 35m다. 솔릭은 광주와 대전·세종, 청주, 평창, 강릉 등을 거쳐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솔릭이 한반도로 진입함에 따라 제주와 광주, 경남 서부, 전북 등에는 태풍 경보가 발표됐다. 경북과 대구, 울산, 경남 동부, 부산, 충남, 충북, 대전, 세종 등에는 태풍주의보가 내려졌다. 서울·경기·인천·강원 등에는 태풍 예비특보가 발효돼있다.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솔릭이 지나간 제주 지역에서 피해 사례가 연이어 접수되고 있다. 한경·조천·구좌·안덕·대정·표선 등에서 정전이 발생해 1만349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긴급 복구 작업을 통해 1만1111가구는 전력 공급이 재개됐으나 2297가구에 대해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항에서는 방파제 보강시설물 90여톤이 유실됐다. 이날 새벽 5시 40분에는 제주 별도봉정수장 도수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긴급 복구작업이 진행됐다. 오후 6시쯤 복구가 완료됐다. 또 제주에서만 가로수 132그루가 강풍에 넘어졌다. 신호등 97개가 꺼지거나 파손됐다. 어선 3척, 비닐하우스 3동, 축사지붕 8동 등이 파손됐다.
인명피해도 있었다. 전날 밤 7시쯤 서귀포시 소정방폭포 인근에서 박모(23)씨와 이모(31)씨가 파도에 휩쓸렸다. 이씨는 자력으로 빠져나왔지만, 박씨는 실종돼 수색 중이다. 구조당국은 이틀째 수색을 진행하고 있지만 박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계단으로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민도 전남 해남과 영암에서 각각 1가구씩 발생했고, 일시대피한 가구도 4가구다.
해상·항공교통도 결항·통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객선은 목포·인천·제주 등에서 97개 항로 165척의 운항이 중단됐다. 도선은 77개 항로 98척이 통제됐고, 유선은 288척 중 248척이 운항하지 않고 있다. 항공편은 전국 15개 공항에서 787편이 결항됐다. 국내선 706편, 국제선 81편 등이다.
전국 21개 국립공원의 605개 탐방로가 일시 폐쇄됐다. 제주 한라산 올레길 전체코스도 통제되고 있다. 전남 고흥의 거금대교와 소록대교도 통제됐다.
다목적댐 20곳의 저수율은 47.1%로 모두 홍수기 제한수위 이하로 관리되고 있다. 또 다기능보 16개 가운데 13개의 수문을 개방해 방류하고 있다. 유역별로 보면 낙동강 8개, 금강 3개, 영산강 2개다.
각급 학교의 휴업 결정도 내려졌다.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1965개 학교가 휴업했고, 등·하교시간을 조정한 학교도 2667곳에 달한다. 태풍경보·주의보 등이 발령되면 각 시·도 교육청 또는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할 수 있다. 교육부는 '선조치 후보고' 방침을 적용하고 있는 데다 일부 교육청이 "학교장 재량에 따라 휴업 여부를 결정하라"는 방침을 정하면서 휴업 학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도 전날 저녁 각 지자체에 부모들이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을 자제하도록 안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정부 각 부처도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긴급 회의를 열어 각종 대책을 점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달라"고 지시했다. 또 학교·주요 산업체의 임시 휴업 등 대책을 강구하고 강풍에 취약한 시설을 점검하라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북상하면서 태풍특보가 차차 확대·강화되겠다"며 "내일까지 육상에서는 초속 30~4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옥외 시설물이나 고층 건물의 유리창, 공사 현장의 구조물 붕괴 등 큰 피해가 우려되니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했다.
22일 밤 12시부터 23일 밤 10시까지 누적 강수량을 보면 제주 산간지역은 1000mm가 넘는 비가 온 곳도 있다. 한라산 정상 인근 사제비가 1087mm, 윗세오름이 1012.5mm다. 주요 지역의 강수량은 △진도 304.5mm △제주 302mm △강진 238.5 △해남 154.7mm △목포 139.3mm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