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빨랐던 일본은 노인 범죄 문제도 먼저 왔다. 1986년 도쿄에서 10대 가출 소녀를 감금하고 몹쓸 짓을 한 일당 3명을 붙잡았다. 나이가 67, 68, 79세였다. '70대 성범죄라니!'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2년 전 이바라키현에선 70세 노인이 편의점 종업원을 전기톱으로 위협하는 사건이 있었다. 잡지를 사지도 않고 몇 시간째 읽자 종업원이 "돈 주고 사라"고 했다. 노인은 자기 트럭에서 전기톱을 꺼내 와 "다 죽인다"고 소란을 피웠다.

▶남의 일이 아니었다. 10년 전 전남 어촌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70세 어부가 자기 배에 태운 20대 남녀를 죽였다. 여대생을 보고 흑심을 품었던 노인이 바다 한가운데서 남자 대학생을 2m 삿갓대로 밀어 익사시켰다. 저항하는 여대생도 바다로 밀어넣었다. 젊은이 둘이 노인 하나를 당해내지 못했다. 요즘 노인은 힘도 세졌고 혈기도 넘친다.

▶2015년 런던에서 사설 대여 금고 업체 '해턴 가든'이 털렸다. 부활절 연휴에 2m가 넘는 콘트리트 벽을 뚫고 현금과 보석 3000억원어치를 훔쳐 달아났다. 범인들을 잡고 보니 60~70대였다. 74세 범인은 법정에서 "귀가 먹어 질문을 알아들을 수 없다"고 했다. 여러 나라에서 급증하는 노인 범죄로 골머리를 앓는다. 일본은 노인 범죄가 16년 동안 다섯 배 늘었다. 우리는 노인 강력 범죄가 해마다 24%씩 는다. 감옥에 갇힌 노인은 10년 만에 세 배가 됐다.

▶그동안 '노인'과 '폭력'은 가깝지 않다고 봤다. 흔히 폭력은 완력이 있어야 하는데, 노인은 약하다고만 생각했다. 노인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인식이 바뀌고 있다. 요 며칠 끔찍한 노인 범죄로 우리 사회가 또 어수선하다. 경북 봉화에서 77세 노인이 엽총으로 주민 2명을 쏴 죽였고, 강원 영월에선 20대 지적 장애 처녀를 동네 60~80대 노인 7명이 오랫동안 성폭행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 여유와 분별력이 생기고, 둥글둥글해진다. 그래선지 일부 폭력적이고 참을성 없는 노인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책 '폭주 노인'을 쓴 일본 작가는 "고령화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고독감 때문에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간다"고 했다. 달라진 가족 관계, 급변 사회, 노인 생활고가 영향을 줬을 듯하다. 우리는 7년 뒤 인구 다섯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된다. 이제 '폭력'은 나이와 상관없는 세상이 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