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는 정부 지원을 받는 재향군인회나 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등 14개 보훈단체가 정치활동을 하면 형사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지금은 보훈단체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만 돼 있지만, 앞으로는 정당 정강(政綱) 지지·반대, 공직 후보 지지·반대 행위 등을 할 경우 단체 관계자는 징역을 살리고 단체에도 벌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보훈단체들이 정파적 갈등에 지나치게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헌법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처벌한다고 할 때 그 기준도 모호하다. 처벌 남용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상당수 보훈단체는 현 정권에 비판적 입장이다. 보훈처가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보훈처의 이 행태 자체가 편향적인 정치 활동이다. 보훈단체의 주장 가운데는 안보(安保)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나라를 지키다 희생한 사람들로서 당연한 활동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목소리가 거슬린다고 정부가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온당한가.

많은 전(前) 정권 인사들이 정권에 비협조적인 단체에는 정부 지원을 끊고, 친(親)정부 성향 단체는 지원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갔다. 하지만 현 정권 역시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단체는 지원금을 주면서, 그렇지 않은 40곳가량의 단체에는 정부 지원을 끊었다고 한다. 정부 예산 30억원을 지원받는 어떤 위원회는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反美) 집회를 열었다. 폭력시위를 일삼아 온 민노총도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지원금 6억8000만원을 받았다. 정부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 '정치활동 처벌'의 이유라면 민노총 등의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경찰은 민노총 폭력 시위 때 경찰관 90여명을 다치게 하고 경찰버스 수십 대를 파손한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스스로 취하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의 맘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이유를 만들어 감옥에 보내면서 코드가 맞는 세력에는 국민 세금을 쥐여주지 못해 안달이고 엄연한 불법도 면책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