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오래된 공구상가 옆 카페·밥집이 다닥다닥… 10년 단골부터 외국 관광객까지 복닥복닥

입력 2018.08.24 03:00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NYT서 꼽은 '세계여행 명소'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공구 상가 밀집했던 한적한 골목길은 어느덧 카페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거리로 바뀌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전포카페거리'의 모습은 10년 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정겨운 골목길과 사람 냄새 가득한 공구 상가는 여전하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몇 해 전만 해도 부산진구 전포동의 밤은 유난히 일찍 찾아왔다. 한 바퀴 다 돌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 할 정도로 공구 상가가 밀집한 곳. 오후 5시만 돼도 셔터를 내린 가게들로 골목엔 인적이 끊겼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부산 중심가인 서면 번화가인데도 쓰레기 상습 투기 지역에 우범지대로 손꼽히곤 하던 동네가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전포성당과 옛 중앙중학교 주변 골목에 '애드오그램' '프롬나드' 등 작은 카페들이 하나둘 문을 열었다. 번잡한 서면 중심가와 상반되는 조용한 거리, 개성 있는 카페를 찾아 모여드는 사람들로 골목엔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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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페서울키친'의 인기 메뉴 '연어라이스'. 2 다양한 디저트를 골라 먹을 수 있는 카페 '빈티지38'. 3 엄마, 친구와 함께 '모루식당'을 운영 중인 장한나래 대표. 소박하지만 정성 담긴 일본식 카레를 선보인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어느덧 '전포카페거리'는 부산을 대표하는 명소가 됐다.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꼽은 가봐야 할 여행지 52곳 중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선정됐다. 카페 46곳, 일반음식점 등 224개 상점이 모여 있다. 경남공고와 NC백화점 뒤쪽까지 권역이 확장됐고 '전리단길' '4번가길' 등 주변 상권까지 생겨나는 중이다. 오는 10월 20~21일에는 전포카페거리축제가 열린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골목 풍경은 10년 전과 비교하자면 상전벽해. 메인 거리엔 프랜차이즈 카페와 밥집이 들어섰고 임대료 상승으로 문 닫는 가게도 늘었다. 하지만 큰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골목길의 여유로운 풍경과 사람 냄새 나는 오래된 공구 상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전포카페거리는 부산이라는 도시와 참 많이 닮았다.

카페거리를 지키는 터줏대감들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2010년 문을 연‘에프엠커피하우스’이지훈 본부장이 대표 메뉴인‘투모로우’커피를 만들고 있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카페와 밥집, 상점 등이 구석구석 밀집한 전포카페거리의 골목 풍경.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사람들이 몰리는 거리일수록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 거리에서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킨다는 건 그만큼 믿고 찾는 손님들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에프엠커피하우스가 그런 곳이다. 2010년 8월 문을 연 9년 차 카페로 원조 격 카페들이 문을 닫으면서 카페거리의 최고참이 됐다. 로스팅을 주력으로 하던 로스팅 카페에서 규모를 넓힌 데 이어 2호점인 '에프엠커피스트리트'도 흥행에 성공하며 전포 카페거리 대표 카페가 됐다.

'카페 부산'의 저자 이슬기(33)씨는 "변화가 많은 곳에서 오래 한자리를 지킨다는 건 기본을 잘한다는 건데 기본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게 이곳의 매력"이라고 했다. "주변 거리 풍경이며 트렌드가 변하는 걸 보면서 저희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소신을 지키되 변화를 고민했죠." 에프엠커피를 운영하는 삼 형제 중 막내인 이지훈(34) 본부장이 말했다. 새로운 시도를 위해 문을 연 2호점에서 만든 '투모로우'는 새바람을 불러왔다. 진한 크림이 특징인 질소커피로 남다른 맛과 비주얼로 에프엠커피의 인기 메뉴이자 대표 메뉴가 됐다. 이름처럼 'FM'으로 만든 커피와 베이커리를 함께 맛보며 2층 테라스 뷰를 즐겨보자. 스페셜티를 전문으로 하는 만큼 새로운 원두 발굴과 테이스팅하는 작업도 활발해 커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다. (051)803-0926

2012년 7월 문을 연 아뜰리에마카롱은 부산 최초로 전포카페거리에 문을 연 마카롱 전문점이다. 호주 르코르동 블루 출신 이선아(34) 대표가 매일 12종류 400~500개의 마카롱을 구워낸다. 당시만 해도 생소한 마카롱 전문점을 열기에 서면 중심가와 가깝고 카페가 모여 있는 카페거리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처럼 거리가 붐비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단다.

국내 여행객들과 외국인 여행객들까지 늘어난 유동 인구를 보면서 전포카페거리의 변화를 체감하는 중이다. 여느 유명한 거리가 항상 그랬듯 이곳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 대표는 "다행히도 좋은 건물주를 만나 6년 동안 한 차례의 월세 인상도 없었다"며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킨다는 건 곧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자리를 꾸준히 지킬 생각"이라고 했다. 마카롱 중 팝콘버터 맛과 크림치즈 맛이 가장 인기다. 마카롱이 다 팔리면 가게는 문을 닫는다. (051)818-2908

정성으로 만든 한 끼, 단골들의 사랑방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비포선셋'의 인기 디저트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변화가 많은 카페거리에서 정성 담긴 손맛으로 단골을 부르는 가게가 있다. 카페서울키친은 카페면서도 밥이 맛있기로 이름난 곳이다. 2013년 문을 연 뒤 한자리를 지킨 오래된 가게이기도 하다. 오래된 2층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깔끔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가 남아 있다. 연어라이스와 새우라이스 등 식사 메뉴들은 매일 아침 장다예(29) 대표가 부전시장에서 직접 고른 재료로 주문 즉시 만든다. 유기농과 제철 재료를 사용해 정성 들여 만든 한 끼에선 집밥 느낌이 물씬 난다. 20~50대 여성 고객들뿐 아니라 가족 손님까지 단골층이 두꺼운 이유이기도 하다. "한자리에 오래 있다 보니 그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의무감이 들기도 해요. 저에게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고 누구나 친정집에 온 듯 편하게 쉬어 가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애플크럼블케이크, 프루츠소보로 크림푸딩 등 직접 만든 디저트도 인기다. (051)818-6585

매일 아침 끓여내는 모루식당의 카레엔 엄마의 고집이 담겨 있다. 양파를 볶는 일부터 허투루 하는 게 없다. 그날 끓여낸 카레는 그날 소진하는 게 원칙이다. 엄마와 딸, 딸의 친한 친구가 함께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선 소박하지만 정성 담긴 일본식 카레를 맛볼 수 있다. 일본 도쿄의 소박한 동네 식당 분위기가 느껴지는 외관이 인상적이다. 장한나래(34) 대표는 "원래 이 주변은 카페거리와는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이었는데 NC백화점이 들어서고 카페가 근처에 생기면서 유동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20~30대 젊은 손님도 많지만 가족 단위 손님들도 늘고 단골손님도 늘었다"고 했다. 인근 직장인들과 공무원, 입시 학원 학생들의 '혼밥' 메뉴로도 사랑받는다. 밥과 카레 리필이 가능해 가격 대비 든든한 한 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맛볼 수 있는 새우크림 카레와 요일마다 달라지는 특선 카레, 새우크림 카레와 특선 카레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반반 카레 등이 있다. 작은 식당엔 반전 포인트가 있다. 다락방이다. 까딱하면 머리 부딪히기 십상인 낮은 천장 아래로 들어가면 오래된 할머니 집에 온 듯 푸근해진다. 오래된 선풍기와 소품 좌식테이블도 분위기를 돋운다. 잘 튀겨낸 크로켓과 새우튀김, 일본식 멜론 크림 소다는 별미다. 010-3676-6949

놓치면 아쉬운 '신상' 카페

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건 새롭게 뜨는 신상 카페들이다. 트렌디한 맛과 분위기로 인기 만점인 공간들도 놓칠 수 없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좁은 골목에 있지만 카페 비포선셋은 문을 여는 낮 12시부터 문전성시다.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나무로 만든 바닥과 테이블, 의자 사이에 여백을 두었다. 한 벽에는 영화 '비포선셋'의 장면들이 흐른다.

[부산 전포동 카페거리]

20~30대 여성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분위기뿐 아니라 디저트의 비주얼이 압권이다. 손으로 무심하게 구긴 듯한 유산지와 식용 식물, 과일 등을 이용해 토스트, 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테이블마다 깔린 외국 신문 위에 두고 사진을 찍으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이미 '비포선라이즈'라는 카페로 이름을 알린 이경섭(30) 대표는 "오픈 준비하면서 런던, 베를린을 다니며 공부도 많이 했고 인스타그램으로 그 과정을 공개해왔다"고 했다. 비주얼만큼 맛도 좋은 디저트와 분위기를 한껏 느끼며 잠시 유럽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즐겨볼 것. 070-4024-2940

문을 열자마자 달콤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고 화려한 비주얼이 시각을 자극한다. 베이커스는 요즘 부산 빵 투어에 빠지지 않는 인기 베이커리다. 빨미까레와 크루아상, 버터프레첼 등 대표 메뉴이자 인기 메뉴는 오후면 솔드아웃되기 일쑤다. 오픈 주방과 북유럽 감성의 인테리어도 눈길 끈다. 직장인 곽경진(35)씨는 "예쁜데 맛도 좋아서 일부러 가서 사오곤 한다"며 "박스에 담아 선물하기도 좋다"고 했다.(051)807-4047

높은 천장과 창고형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빈티지38에선 디저트 고르는 재미가 있다. 타르트와 케이크, 페이스트리 등 원하는 베이커리를 직접 골라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24시간 운영. 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고객이 찾는다.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공연도 즐겨볼 만하다. 010-3583-8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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