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모의 세계의 골목] 두 개의 보름달이 뜬 밤,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

  • 변종모 여행칼럼니스트
    입력 2018.09.14 06:00

    무굴제국 황제 샤자한이 죽은 부인을 기리며 지은 타지마
    어디서 봐도 완벽한 대칭형 건물…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려

    타지마할을 보지 못했다면 인도를 본 것이 아니다./사진 변종모
    ◇ 영원한 사랑의 징표 타지마할

    어린 시절 어느 유명 사진가의 사진에 반해 처음 타지마할을 찾았다. 첫 인도 여행에서 뭄바이에 도착한 나는 타지마할을 보기 위해 꼬박 27시간의 기차를 탔다. 새하얀 사랑의 증거.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가슴이 뛰는 듯했다. 그러나 첫인상은 정말 경악스러웠다.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의 전경./사진 변종모
    사실 아그라뿐만 아니라 17년 전 첫 인도 여행에서는 인도 어디를 가나 그런 마음이 먼저 들었다. 그중에서도 아그라는 정말 최악의 도시라고 생각을 했었다. 단지, 타지마할을 보러 온다는 열망뿐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타지마할을 향해 뻗어 있는 혼란스러운 골목들과 난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그 시절의 숙소는 시설이랄 것도 없었다. 물론 그때도 아주 값비싼 호텔은 있었지만, 배낭여행자의 신분으로 몸을 맡겼던 숙소는 태양의 열기를 있는 대로 다 받아들이는 허름한 벽과 돌아가지 않는 선풍기뿐이었다. 여러 날을 잠들지 못했었다. 마치 두꺼운 담요를 쓰고 찜질방에 앉아 있는 것 같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한 것 같다. 첫인상은 그랬다.

    ◇ 밤하늘을 장식한 두 개의 보름달

    그러던 어느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옥상에 앉아 하늘을 보는데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다. 스치듯 미미한 작은 별들과 커다랗게 밤하늘을 밝히는 보름달. 그리고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골목들과 밤의 열기를 뿜고 있는 지붕 위로 거대한 또 하나의 달. 그렇게 두 개의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타지마할을 봤다. 사람들은 잠이 들고 밤의 원숭이들이 배회하는 담벼락 뒤로 뜬 하얀 대리석.

    그것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거의 이틀 동안 기차를 타고 내린 곳에서 잔뜩 품은 열기를 그대로 받은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닌 듯했고, 그런데도 그 밤의 하늘은 이상하게 아름답기만 했다. 모든 것이 누군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나지막한데 커다란 감동이 밀려들었다.

    깊은 밤 아무도 몰래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함께 보고 싶었던 풍경을 홀로 식을 땀을 흘리며 본다. 때로는 사랑이란 것이 홀로 시작하였다가 홀로 끝을 맺기도 하는 거라 여겼으므로 그다지 서럽지는 않았던 밤. 허공에 뜬 달과 지상의 달이 직선을 이루던 시간까지 오래도록 서성였다.

    ◇ 어느 곳에서 봐도 완벽한 대칭형 건물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자한의 부인 뭄타즈 마할 왕비는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난다. 왕비가 세상을 떠난 뒤 그리움에 사무친 샤자한은 온 백성과 함께 2년 동안의 애도 기간을 가지고도 여전히 마음의 갈피를 못 잡는다. 죽도록 그립던 그 마음의 표상이 지금의 타지마할이 되었다.

    무굴제국 5대 황제 샤자한이 세상을 떠난 부인을 기리며 지은 타지마할. 애달픈 사연을 가진 이 건물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불가사의한 건물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사진 변종모
    그러나 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짓기 위해 엄청난 국고 손실이 있었으며, 제정을 낭비한 왕은 아들에게 폐위당한다. 후문에 따르면 샤자한은 누군가 이 건축물보다 더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게 될까 봐 공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의 손목을 잘랐다고 한다. 마음이 한 번 기울면 누구도 막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사랑의 힘은 그만큼 거세고 일방적이다.

    이토록 애달픈 사연으로 현재까지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타지마할에서도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꼭 사진을 찍는 포인트가 있다. 1992년 영국 다이애나 왕비가 앉았던 ‘다이애나 의자’는 정확한 대칭을 이루는 타지마할의 정원과 분수를 배경으로 기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다.

    타지마할은 어느 방향에서 나누더라도 정확한 대칭형의 건물로 유명하다. 네 개의 첨탑과 거대한 정사각형의 정원이 수로를 따라 또 네 개로 분리된다. 둥근 첨탑 안의 묘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선다. 타지마할의 본 건물에 들어서면 자세히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문양들과 대리석 창살로 쏟아지는 빛의 그림자가 황홀하다. 대리석을 잘라내고 다른 색의 대리석을 메워 넣는 상감기법의 정교함은 실로 감탄할 만하다.

    타지마할 내부, 대리석 창살로 쏟아지는 빛의 그림자만 봐도 감탄을 자아낸다./사진 변종모
    실제 1층의 묘실에는 가짜 석관을 두었고 직선으로 바로 아래의 지하에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바깥이 아무리 열기에 이글거려도 묘지가 놓여 있는 돔 안은 그곳이 묘지라는 기분이 들지 않을 정도로 청량한 울림이 있다. 매일 2만 명의 인부와 1000마리의 코끼리가 22년 동안 동원된 상상을 초월하는 건축물이다. 실제로 가까이에서 보면 놀랍도록 정교하고 세밀한 문양들이 양탄자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 무굴제국의 요새 아그라포트도 장관

    2007년 세상의 새로운 불가사의에 등극한 건물 타지마할을 좀 더 서정적인 느낌으로 바라보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타지마할을 끼고 도는 야무나강 건너편의 무굴식 정원 메탑 박(Mehtab Bagh)과 아그라 포트(Agra Fort)다. 개인적으로는 아그라 포트에서 보는 타지마할을 좋아한다. 아들에게 폐위당한 샤자한이 이곳에 갇혀 바라봤을 부인의 묘지. 야무나강을 따라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곳에 홀연히 아름답게 앉아 있다.

    아그라 포트는 무굴제국의 요새이다. 타지마할 못지않게 아름다운 정원과 붉은 사암으로 이루어진 2.5Km의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곳엔 힌두와 아프간 건축 양식이 혼재 된 제항기르궁전과 왕의 접견지였던 디와니암 그리고 포로의 탑이란 뜻으로 지어진 하얀 대리석의 무삼만 버즈 또한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힌다.

    사실 많은 사람이 타지마할과 아그라 포트를 보러 이곳 아그라에 모여들지만 내가 아그라를 세 번이나 찾은 이유는 따로 있다. 지긋지긋한 더위와 불편함을 각오하고 견뎌야 하는 아그라의 미로 같은 골목들 때문이다.


    여행자를 보고 해맑게 웃는 아그라의 소녀./사진 변종모
    여전히 변하지 않는 신분과 삶이 지난하게 이어져 오는 골목 위로 비치는 거대한 묘지는 신기루 같다.

    세상의 모든 사랑이 얽혀 있는 골목. 저 멀리 새하얗게 떠 있는 오래된 사랑의 상징. 그것을 바라보며 사는 보통의 사람들. 사랑이 영원한가? 삶은 또 영원한가? 거대하지 않아도 아름답지 않아도 사랑이리. 골목 안에서 소박하게 작은 별로 반짝여도 좋으리.

    PS 타지마할은 한 번쯤 봐야 한다.

    타지마할을 입장할 때는 가급적 이른 시간에 입장하거나 아예 늦은 시간에 방문하길 권한다. 정원이 잘 꾸며져 있지만 막강한 태양의 열기를 피할 길이 없다. 금요일은 휴무일이며 입장 시간은 일출에서 일몰까지다. 이왕이면 일출 시각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묘지 안으로 쏟아지는 대리석 창살의 실루엣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카메라를 제외한 소지품을 될 수 있는 대로 소지하지 않는 게 좋다. 입구에서 소지품 하나하나를 다 검색하기 때문에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온다. 타지마할 티켓을 소지하고 당일 날 아그라포트를 방문하면 약간의 할인이 있다. 요즘은 비교적 저렴한 숙소에도 냉방시설이 잘되어 있는 편이라 타지마할 근처 여행자의 거리 ‘따지 간즈’에서 묵으며 숙소나 카페 옥상에서 바라보는 타지마할 풍경도 권할 만하다.

    ◆ 변종모는 광고대행사 아트디렉터였다가 오래 여행자로 살고 있다. 지금도 여행자이며 미래에도 여행자일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은 떠나게 될 것이니 우리는 모두 여행자인 셈이므로. 배부르지 않아도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한다. 길 위에서 나누었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들을 생각하며, 그날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짝사랑도 병이다',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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