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015년 불법 폭력 집회를 연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제기했던 3억8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를 취하할 전망이다. 당시 서울 광화문 등 도심을 7시간 동안 마비시킨 집회로 경찰 92명이 다치고 경찰 버스 52대가 파손됐다. 경찰은 주최 측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시민단체 활동가, 민변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21일 "당시 경찰이 차벽을 세워 시민의 집회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성과 사과 차원에서 소송을 취하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조사위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사위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민중총궐기' 집회 및 농민 백남기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과잉 진입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53개 단체 6만8000여 명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도로를 불법 점거하고 "이석기를 석방하라" "국정원을 해체하라" "박근혜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복면을 쓴 일부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두르고 경찰버스 유리를 깨고 방화도 시도했다. 집회에 참가했던 백남기씨는 경찰버스에 밧줄을 묶어 끌어내다가 물대포에 맞은 후 사망했다.
이날 집회로 경찰관과 의무경찰 등 92명이 다쳤고, 경찰 버스 52대(3억2000만원), 소화기·무전기 등 장비(769만원)가 파손됐다. 경찰은 한상균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도자를 체포하는 한편 2016년 2월 한 위원장 등 6명을 상대로 물적 피해액과 경찰관 치료비·위자료(5889만원) 등 3억8670만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재판은 2년 6개월째 1심이 진행 중이다.
조사위는 이날 경찰의 인적·물적 피해는 경찰이 자초했다고 결론 내렸다.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광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경찰이 차벽을 설치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또 "경찰도 피해를 당했지만 물대포로 사망한 시민이 있고, 집회 주최 단체와 시민의 자유가 침해당했기 때문에 그 손해에 대한 반성과 사과 차원에서 경찰은 소(訴)를 취하하라"고 했다.
조사위는 지난 2월 과거 경찰 관련 사건에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할 목적으로 출범한 기구다. 백남기 농민 사망, 용산 화재 참사, 평택 쌍용차 농성,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등 5건에 대해 조사를 벌여왔다. 유남영 위원장을 비롯해 10명 중 7명이 민간 위원이다. 경찰 내에서는 이번 권고가 쌍용차 평택공장 파업 농성 등 경찰이 다른 불법 집회에 관해 제기했던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