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70%·모텔 청소 95%·공사판 16%… "외국인 없인 안돌아가"

입력 2018.08.22 03:01

[외국인 근로자 100만명 시대] [上] 한국사회 일부가 된 그들
이사는 몽골인, 모텔청소 우즈베크인, 영세 공장엔 베트남인…
건설현장선 2030 중국인 근로자들이 5060 한국인 밀어내기도

지난 20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A모텔의 프런트. "401호 청소 마쳤습니다" "403호 청소 시작합니다" 하는 안내음이 울렸다. 이 모텔의 프런트는 한국인 직원 3명이 교대로 맡지만 객실 청소는 중국인 근로자 3명이 도맡고 있다. 이 모텔의 이모 사장은 "청소원 구하기가 어려운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몇 년째 청소를 하고 있다"며 "이분들 없으면 모텔 운영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골목에 있는 B모텔에는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4명이 모텔 방에서 숙식을 하면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같이 객실 청소를 하고 있다. B모텔의 김모 사장은 "구인 공고를 해도 한국인은 찾아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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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재를 나르고 있다. 중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안내판에 한자가 병기돼 있다. 최근 건설 현장에서는 20~30대 외국인 근로자들이 50~60대 한국인 근로자를 밀어내고 있다(왼쪽 사진). 21일 경기 김포 한 요양병원에서 외국인 간병인이 환자의 휠체어를 밀고 있다.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고된 간병일을 한국인들이 점점 꺼리는 탓에 조선족 등 외국인 간병인들의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숙박업계에서는 서울에 있는 1000여 개 모텔에 외국인 청소 근로자 3000명 이상이 일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한 숙박 프랜차이즈 업체의 관계자는 "모텔 청소 근로자의 95%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텔 청소는 우즈베크인, 간병은 조선족

이삿짐센터에는 몽골인, 식당 주방에는 조선족, 모텔 청소에는 우즈베크인, 지방의 영세 기업 공장에는 베트남인 등 고된 일터마다 어김없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을 떠맡고 있다. 눈에 안 보이는 힘든 노동 환경에서 한국 산업을 떠받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없으면 당장 가게가 안 돌아간다"고 입을 모았다.

모텔 청소원, 식당 홀·주방, 건설업 현장 근로자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200㎡(60여 평) 정도 크기의 닭 요릿집. 이 식당의 직원 7명 중 5명이 조선족이다. 식당의 조모 사장은 "한 달쯤 전 한국인 직원이 그만둬서 조선족을 한 명 더 채용했다"며 "채용 공고를 냈더니 필리핀·베트남·캄보디아 사람들도 면접을 보러 왔는데 언어 소통이 나은 조선족 직원을 뽑았다"고 했다. 주변 식당의 박모 사장은 "여기 먹자골목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한두 명이라도 고용하지 않은 식당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정식 통계로는 외식업계 근로자 약 100만명 중 19만명이 외국인이지만, 여기에 아르바이트나 불법 취업자까지 포함하면 40%는 외국인 근로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후 김포시의 C요양병원 1층 중환자실. 조선족 간병인 이모씨가 환자의 목으로 음식물을 공급해주는 호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요양병원에는 간병인 24명 가운데 20명이 조선족이었다. 간병인 팀장은 조선족 장모씨였다. 장씨는 "전에 근무한 병원에서도 간병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조선족이었다"며 "설·추석과 같은 명절도 안 쉬고 일하는 간병인이 없으면 요양병원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간병인 소개 업체의 관계자는 "요즘 한국인들이 간병인을 기피하면서 간병인 인력을 조선족들이 메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소개 업체가 인터넷에 올린 간병인 명단 100명 가운데 66명이 조선족이었다.

건설 현장에선 한국인 구직자가 밀려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오전 5시 서울 구로구의 남구로 인력 시장. 중국어로 쓰인 KEB하나은행 간판 아래에는 20~30대의 중국인 근로자 3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길 건너편에는 중국인과 한국인이 뒤섞여 150여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승합차들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며 건설 현장에 갈 일용직 근로자를 태웠다. 50대로 보이는 한 중국인이 소리를 지르면서 손바닥을 펴보이면 주변의 중국인들이 따라가는 식이다. 오전 6시가 지나면서 젊은 중국인 근로자들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일감을 못 찾은 50·60대 한국인과 조선족 근로자 200여 명이 남았다. 백발이 성성한 70대 한국인도 적지 않았다. 40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잡부로 일한 정모(70)씨는 "한국인들은 가장 어린 사람도 50대 중반 정도"라며 "별다른 기술 없이 힘쓰는 건설 현장 잡부는 국적 상관없이 젊은이들을 선호하는데, 오늘도 중국 애들 때문에 공쳤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국내 건설업 근로자 168만명 중 27만5000명(2016년 기준)이 외국인으로 추산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국인이 기피하는 분야에서 외국인이 일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인은 주로 미숙련된 단순 노동 위주로 종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후생과 손실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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