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아침 6시쯤 경기 구리시의 한 물류 창고 컨테이너 안에서는 "으글러니 멘드(좋은 아침)" "생 밴오(안녕)" 등 낯선 몽골어 인사말이 오갔다. 한 이삿짐센터의 지역 거점인 이곳에 모인 8명 가운데 3명이 몽골인이었다. 현장 총관리인 김모 팀장은 "몸이 고된 이사 업계에서 젊은 한국인들은 자취를 감췄다"며 "몽골인은 체력이 좋고 한국인과 생김새도 비슷해 안 쓰는 업체가 드물 정도"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외국인 근로자 수 1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 법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취업(就業) 비자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동포 비자 포함)는 101만8419명에 달한다. 10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여기에 관광 비자를 받고 들어오거나 취업 체류 기간이 지났는데도 눌러앉은 불법체류자 32만명(법무부 집계)을 합치면 전체 외국인 근로자 숫자는 130만명이 넘는다. 특히 법무부 출입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작년 7월 올해분 최저임금 인상(16.4%)이 발표된 뒤 1년 새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가 13만명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영세 중소기업의 공장에서 이삿짐센터, 식당 주방, 건설 현장, 요양병원, 농어촌 등 일손이 부족한 전(全)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사장은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 홀 서빙은 한국인을 쓰고, 중국인이나 조선족 동포는 주로 주방에서 일한다"며 "3D(어렵고, 힘들고, 위험한 일) 일자리는 대부분 외국인이 맡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처럼 내·외국인 간 일자리 갈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서울 은평구·강동구·영등포구 등 주요 건설 현장에서는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의 건설노조 지회 주도로 '불법 외국인 몰아내자'는 집회가 10여 차례 열렸다. 서울 상일동의 한 건설 현장에서 만난 50대 한국인 근로자는 "20~30대의 젊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고 오면서 50~60대 한국인 근로자는 일감을 배정받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며 "한국 땅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밀려 일자리를 뺏긴다는 게 수긍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정부가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을 수립할 때 외국인 근로자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3D 업종은 외국인 없이는 안 돌아갈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며 "산업 현장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어떻게 포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