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냄새 적다며 사무실·열차서도 '뻐끔'

조선일보
  • 홍준기 기자
    입력 2018.08.21 03:01

    [건강을 태우시겠습니까?] [4]
    궐련형 전자담배 확산되면서 80년대式 공공장소 흡연 되살아나

    회사원 이모씨는 지난 6월 서울 도심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사람이 거의 없었던 상영관 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씨는 "1980년대도 아니고 요즘 영화관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만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최근 일반 담배에 비해 연기와 악취가 덜한 궐련형 전자담배가 확산되면서 금연구역에서도 무분별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정착됐다고 생각했던 실내나 공공장소에서의 금연 풍토가 궐련형 전자담배란 복병을 만나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열차 내 흡연도 버젓이…단속도 어려워

    지난 6월 동대구행 SRT(수서발 고속철) 객차와 객차 사이 이동통로에서 한 승객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다 승무원에게 적발됐다. 작년 9월엔 역시 동대구행 SRT 열차 내 화장실에서 한 승객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다 화재 경보가 울리기도 했다. 사라진 비둘기호에서나 볼 법했던 열차 내 흡연 행태가 궐련형 전자담배 때문에 되살아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열차 내 흡연 적발 건수는 83건으로 2016년 상반기(40건)의 2배가 넘는다.

    전자 담배에 위협받는 금연 환경
    일부 흡연자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와 달리 연기나 냄새가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피워도 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거나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한 국내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항공보안법 위반임을 인지 못 하는 손님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기내 흡연 적발 건수 역시 지난 6월 47건으로 2016년 1월 이후 가장 많았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도 "올해 상반기 기내 흡연 적발 건수는 20건으로 작년 상반기의 3배 수준"이라며 "적발이 어려워서 그렇지 실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똑같은 담배이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도 똑같은 규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음식점·화장실이나 회사 내 흡연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부터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회사원 이모(41)씨는 "가끔 술집에 가면 (밖에 나가는 대신) 화장실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기도 한다"며 "요즘엔 자리에서 그냥 피우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김모(39)씨는 "가끔 회사에서 야근할 때면 종종 흡연을 하는 동료들과 회의실에 모여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곤 한다"고 했다.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단속 사각지대에

    일선 단속 현장에서는 애매한 법 규정 때문에 전자담배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는 연초(담배)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대부분의 담배는 여기에 해당하지만 담뱃잎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적으로 니코틴을 합성해 만든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 등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부 흡연자는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구청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요즘 단속을 나가면 10명 중 1~2명은 전자담배를 피우다 적발된 경우"라며 "하지만 전자담배 종류가 워낙 다양해 '내 건 단속 대상이 아니다'라고 우기면 이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주변에 간접 흡연 피해를 끼친다고 말한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담배를 피우면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것과 유사한 입자가 주변에 확 늘어난다"며 "이미 전자담배 배출물에서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되는 등 간접흡연의 영향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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