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구역에 여자는 앉지 말라”…이탈리아 축구 라치오 팬, 개막부터 말썽

입력 2018.08.20 18:12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 라치오의 서포터스 그룹 울트라스가 경기장 내 ‘여성 금지령’을 내렸다. 폭력적·인종주의·반유대주의 성향의 돌출 발언으로 논란이 돼 온 울트라스가 올해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또 구설에 올랐다.

라치오의 극성팬들은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로마 홈경기장인 올림피코 경기장 특정 구역에 여성과 아이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AP통신과 BBC 등이 2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경기장 북쪽 스탠드인 쿠르바 노르드의 앞 열 번째 줄까지를 여성 출입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A의 라치오 팬들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 라치오의 극성팬 울트라스는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경기장 특정 구역에 여성 출입 금지 구역을 설정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스카이뉴스
울트라스는 해당 응원석을 독점하기 위해 해당 구역을 ‘신성한 공간’이라고 지칭하며 정당화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명문화되진 않았지만 지켜야 할 규정이 있는 공간이다"라며 "좌석 앞줄은 항상 참호와 같은 공간이었다. 참호에서 우리는 아내, 여자친구를 비롯해 모든 여성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여성 팬들이 앉을 수 있는 좌석으로 설정한 곳은 쿠르바 노르드 열한 번째 줄부터다. 그러면서 "만약 로마에서 로맨틱한 데이트를 위해 경기장을 찾는 커플이라면 다른 응원 구역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도 당부했다.

이에 라치오 측은 즉각 논란 진화에 나섰다. 아르투로 디아코날레 라치오 대변인은 19일 이탈리아 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축구 클럽 측의 공식 의견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라치오 팬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중 극히 일부 팬의 발언이었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표현을 항상 제지하고 있을 수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라치오의 서포터 그룹 울트라스가 배포한 여성 출입 금지 전단 사진이 2018년 8월 18일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리카르도 코투마치오 페이스북
울트라스의 돌출 행동은 지난 시즌에도 논란이 됐다. SS라치오와 함께 이른바 ‘로마 더비’로 불리는 경쟁 팀 AS로마를 겨냥해 홀로코스트 희생자 안네 프랑크 얼굴에 로마 유니폼을 합성하고 ‘로마 팬들은 유대인들’이란 문구를 새긴 스티커를 제작해 퍼뜨린 것이다. 이에 이탈리아 프로축구연맹은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라치오팀은 벌금 5만유로(약 6400만원)를 물었다.

울트라스는 평소 인종차별적 구호와 노래를 외치거나 폭력을 저지르는 것으로 악명 높다. 흑인 선수가 공을 잡을 때마다 인종차별적 가사가 담긴 노래를 부르거나, 원숭이로 비하하기 위해 바나나를 던지기도 한다. 경기장에서 도끼나 톱 같은 연장 도구부터 수제 폭탄까지 적발되기도 했다. 한 극성팬은 AS로마 팬을 칼로 찔러 살해한 전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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