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 시장'으로 변신한 3선 박원순…강북 통개발로 대권 발판 다지나

입력 2018.08.20 11:30

박원순 시장이 달라졌다. 개발사업이라고 해봐야 동네 마을 고치기 수준에 그칠 정도로 토건 중심의 개발에 소극적이었던 그가 3선 시장이 되고 부턴 용산과 여의도 통개발 계획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에 불을 지핀 데 이어 이번에는 강북을 뜯어고치겠다고 나섰다.

개발사업과 거리를 뒀던 기존 시정 기조를 뒤집고 수조원대의 대형 개발사업 계획을 잇따라 쏟아내며 ‘토건시장’으로 돌아선 3선 서울시장의 돌변을 두고 정치적 발판을 다지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달아오른 서울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붓는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는가 하면 그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에 이어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잇달아 대형 개발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 용산 개발 계획에 이어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하며 잇달아 대형 개발사업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DB
◇동네 가꾸고 고치던 박 시장, 수조원짜리 대형 개발계획 연이어 발표

박 시장은 그동안 주택이나 상업시설·인프라 등 대형 개발 사업에 소극적이었다. 낡은 동네를 갈아엎어 새로운 시설을 짓는 방식 대신 지역 특성을 살리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방향의 소규모 도시재생을 추진해왔다. 뉴타운 등 재개발사업을 대부분 구역 해제하고 그 대신 도시재생사업에 공을 들여온 것도 이런 배경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를 생태기능 회복이나 주변과의 조화 등에 초점을 맞춘 ‘한강 자연성 회복 및 관광자원화 추진 방안’으로 바꾼 것도 그런 사례다. 그는 마포구 월드컵대교와 상암동 ‘DMC랜드마크’ 등 대형 개발사업에도 소극적이어서, 사업이 계속 연기되는 일도 있었다.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의 옥탑방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도 소규모 도시정비사업과 노년층·청년·신혼부부에 집중된 주거복지정책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애초 이런 대규모 개발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없었다.

박 시장은 "수십년간 강남 쪽에 투자가 집중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혁명적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강북 대규모 개발에 방점을 찍은 배경을 설명했다.

개발을 대하는 박 시장의 태도는 서울시장 3선 들어 확 달라졌다. 여의도 통합개발과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에서 보듯 ‘통’이 커졌다. 과거에는 ‘낡은 동네 손보기’ 정도에 그쳤다면, 여의도를 신도시급으로 개발하고 용산에 마이스(MICE) 복합단지와 쇼핑센터 등을 짓겠다는 계획도 서슴없이 내놓았다. 용산과 여의도 개발 중 어느 하나라도 진행된다면 서울 풍경을 바꿀만한 매머드급 개발인데, 동시에 이 둘의 개발 청사진을 선보인 것이다. 두 사업은 모두 각각의 사업비만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강북 프로젝트를 꺼내 들면서 강남과 강북의 생활·교통·교육환경 차이를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사실 박 시장이 연달아 이런 대형 개발계획을 들고나오는 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많다. 대형 개발사업마다 ‘박원순’이란 이름 석 자를 새겨 인지도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의문이다. 일단 가장 문제는 돈이다. 강북권 경전철을 까는데, 필요한 자금만 2조8000억원인데, 서울시가 60%를 부담한다고 해도 나머지 40%를 국토교통부가 선뜻 내줄지 알 수 없다.

부동산 과열을 억제하는 국토부와의 조율도 문제다. 앞서 지난달 23일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개발을 놓고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나서 진행돼야 한다"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번 강북 개발 계획 발표가 불붙은 서울 부동산시장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다.

◇강북 경전철 4개 노선 조기 착공…예산 지원해 명문학교 육성

박 시장은 앞서 19일 강북구 삼양동에서 한 달간의 옥탑방 생활을 끝내고 ‘강남·북 균형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교통, 교육, 기업 유치 등 도시 인프라를 풍성하게 만드는 대부분의 정책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균형발전특별회계’로 1조원을 책정할 예정이다.

동대문구 청량리와 중랑구 신내동을 잇는 경전철 면목선과 △강북구 우이동과 도봉구 방학역을 잇는 우이신설 연장선 △양천구 신월동과 영등포구 당산역을 잇는 목동선 △동작구 보라매공원과 관악구 난항동을 잇는 난곡선 등 4개 노선을 2022년 안에 착공하겠다고 박혔다.


2022년 이전에 착공하겠다고 박 시장이 밝힌 서울 경전철 4개 노선. /조선일보DB
2022년 이전에 착공하겠다고 박 시장이 밝힌 서울 경전철 4개 노선. /조선일보DB
또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빈집 4000가구를 시세의 절반 임대료로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강북에 예산을 지원해 명문 중·고교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강남에 본사가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서울연구원, 서울시 인재개발원 등 시 산하 일부 공공기관의 강북 이전도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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