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어제 경제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 원내대표 등이 모여 재난(災難)이라 할 정도로 최악인 고용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이런 상황을 부른 책임자 중 한 명인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 경제 정책이 효과 내기 시작하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을 확신한다"면서 "송구스러우나 정부를 믿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등 소득 주도 성장 실험을 그대로 밀고 가겠다는 것이다. 경제부총리가 "그간 추진한 경제정책도 효과를 되짚어 보고 개선 수정하는 방향도 필요하다면 검토하겠다"고는 했지만 회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 정부의 거의 유일한 정책인 세금 퍼붓기도 계속한다고 했다.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5년간 60조원 이상 세금이 더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자고 했다. 경제부총리는 그러겠다고 했다. 긴급히 열린 회의여서 뭔가 방향 전환이 있을까 했지만 보여주기 쇼에 가까웠다.
보통 30만개 안팎 늘어나던 일자리가 지난달엔 5만개도 아닌 500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충격적 현상에는 더딘 경기 회복과 주력 산업 구조조정 등의 이유도 있다. 그러나 마치 절벽처럼 갑작스러운 쇼크가 온 것은 새 정부가 새로 편 정책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그 정책들을 되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정부는 내년에 21조원 넘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제 회의에서 더 늘리기로 했다. 올해 예산안의 일자리 사업 규모가 사상 최대인 19조원이다. 그 와중에 벌어진 기록적 고용 감소는 뭔가. 고용노동부가 올해 각 부처가 요구한 일자리 사업 171건을 평가했다. 일자리 하나에 세금이 평균 2800만원 들었다. 그런데 정부 알선 취업자 3명 가운데 2명은 1년 안에 그만뒀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고용부의 대표적 일자리 사업인 '취업 성공 패키지' 역시 취업자 절반이 1년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 직업훈련을 거쳐 취업해도 1년 이상 일하는 비율이 고작 20%다. '세금 일자리'라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이다. 근본 처방을 하지 않고 정부의 무능을 가리고 당장 국민의 비판만 모면하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을 게을리해 조선, 해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경쟁력을 잃었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 노조의 무한 이기주의는 정권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우리가 유일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까지 넘보려는 중국의 추격이 거센데 트럼프발 무역 전쟁은 코앞에 와있다. 이 상황에 정부까지 역주행한다. 고용 재난을 맞고서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암담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