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살겠다. 여성에게 국가는 없나" 안희정 무죄 판결 규탄 집회에 5000명 몰려

입력 2018.08.18 19:11 | 수정 2018.08.18 19:19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최상현 기자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최상현 기자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살겠다. 박살내자."

18일 오후 5시 서울 사직동 서울역사박물관 앞 도로에는 여성들이 쏟아낸 '분노'가 모였다. 이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높이 쳐들었다. 지난 14일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33)씨를 간음·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54) 전 충남지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 불씨가 됐다. 주최 측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당초 오는 25일로 예정돼 있던 '성차별·성폭력 끝장 집회(5차)'를 한주 앞당겼다.

이들은 "안 전 지사 무죄판결은 미투운동 이후 성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기대했던 수많은 시민에게 큰 좌절을 안겼다"며 "국가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사회에서 더는 살지 못하겠다는 여성들이 사회를 박살 내려고 거리로 나섰다"고 외쳤다.

주최 측은 경찰에 '1000명'으로 집회신고를 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5000여명(주최측 추산)의 참가자가 몰렸다. 경남 등 지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역사박물관 앞 3개로 확보해 집회 장소를 넓혀줬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최상현 기자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판결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최상현 기자
집회에서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 김지은씨의 입장을 담은 편지를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했다. 김씨는 이 글에서 "세 분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나.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은 귀담아 듣는가"라고 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단상에 올라 "1심 재판부는 새 입법이 있으면 해결될 거라고 했지만 틀렸다. 피해자에게서 찾은 단서 하나 하나, 가해자 측 증인들이 일방적으로 말한 것을 피해자의 '예스'로 읽었다"면서 "안희정은 1심 판결 이후 다시 태어나겠다고 했는데 다시 태어날 생각보다 성폭력 가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성을 포함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적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남성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층도 다양했다. 고등학생 김모(16)군은 "안희정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게 분하다"며 "김지은씨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폭행이 아니라고 보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6살 딸아이와 함께 나온 주부 박모(42)씨는 "잘못된 판결을 바꾸는 모습을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어서 나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서울역사박물관을 출발해 광화문과 경복궁, 인사동을 지나며 거리 행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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