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 충전량은 절반인데 왜 옷값은 같죠?" 여성 소비자들 뿔났다

입력 2018.08.18 10:00

거위 털 충전재 함량, 남녀 142g 차이 나는데 가격은 같아
롱패딩 ‘핑크택스’ 논란... 여성복 안 사고 남성복 작은 치수 사

K 아웃도어 브랜드가 예약 판매 중인 거위 털 재킷, 한눈에 봐도 충전량의 차이가 보인다./쇼핑몰 캡처
"남성용과 여성용의 충전량은 다른데, 왜 옷값은 같나요?"

겨울용 패딩 재킷이 ‘핑크택스(Pink Tax)’ 논란에 휘말렸다. 핑크택스란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을 매긴 것을 뜻하는 용어로, 여성용 제품에 분홍색을 주로 사용하는 것을 따 이름 붙었다.

논란이 된 제품은 K 아웃도어 브랜드의 롱패딩이다. 현재 예약 할인 판매하는 이 제품은 해당 브랜드가 겨울마다 출시하는 프리미엄 다운 재킷으로, 정상 소비자가격이 92만원(할인가 72만6000원)이다. 남성용과 여성용이 출시됐는데, 유사한 디자인과 소재를 적용했다. 제품 소개를 보면 모두 유럽산 거위 털을 충전재로 쓰고, 탈부착 가능한 모자에는 라쿤 털을 달았다.

다른 점은 거위 털 충전량이다. 판매 사이트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남성용(100치수 기준) 재킷의 거위 털 충전량은 425g, 여성용(90치수 기준)은 283g이다. 제품 총 길이는 각각 104cm, 100cm로 4cm가 차이 난다. 충전량이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데도, 같은 가격에 판매된다는 사실에 여성 소비자들은 ‘핑크 택스’가 적용된 것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한다.


K 아웃도어 브랜드의 패딩 재킷 판매 페이지에 표기된 거위 털 충전량. 남성용은 425g, 여성용은 283g으로 큰 차이가 있다./쇼핑몰 캡처
해당 제품을 예약 주문했다는 직장인 김모(34) 씨는 "매장에서 봤을 때도 남성용과 여성용이 다르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실제로 충전량의 차이가 커서 놀랐다. 여성용 95 사이즈로 예약했는데, 남성용 90 사이즈로 변경했다"고 했다.

회사 측의 설명을 들어봤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여성 고객들은 패딩 재킷을 살 때 따뜻하면서도, 날씬해 보이는 옷을 원한다. 이를 반영해 최대한 보온 효과를 내면서도 슬림해 보이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모자에 달리는 털도 남성 제품보다 풍성하다"라며 "충전재만으로 남성복과 여성복을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직장인 정모(30) 씨는 "패딩이 부해 보이는 게 싫은 여자들을 위해 충전재를 적게 넣은 건 이해한다. 그럼 가격도 낮춰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소비자들은 많은 의류 업체가 여성복과 남성복의 제조원가를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가격을 매긴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뉴욕시가 90개 브랜드, 8백 개 제품에서, 남녀 제품의 가격 차이를 조사했는데, 기능과 품질이 비슷한데도 여성용 제품이 남성용 제품보다 평균 7% 비쌌다.

그래서 일부 여성 소비자들은 남녀공용 제품을 선택하거나 남성복에서 가장 작은 치수의 옷을 구매한다.

지난해 평창 롱패딩을 만들었던 탑텐이 선보인 남녀공용 롱패딩/탑텐
실제로 올해 주요 의류 업체가 선(先) 판매 중인 롱패딩 신상품을 살펴본 결과, 남녀공용으로 출시한 사례가 많았다. 남녀 구분 없이 85부터 110까지 호칭을 세분하는 식이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젠더리스(Genderless·성별 구분 없는 패션) 트렌드에 따라 여성용보다 품이 넓은 남성용 옷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 유니섹스 제품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정모(24) 씨는 "많은 의류업체가 여자는 허리가 잘록하거나 날씬해 보이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패딩 재킷은 추위를 피하려고 입는 생존복인데도, 여성복에서 나오는 패딩 재킷은 따뜻하지 않다. 그래서 아웃도어 브랜드 남성용을 입는다"고 말했다.

의류 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옷본에 맞춰 충전재를 넣기 때문에, 면적이 큰 남성복에 더 많은 중량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에서 같은 디자인의 옷을 만들어 납품할 때 보통 남성용과 여성용의 평균가를 매겨 납품한다. 원가 몇천 원의 차이라도 소비자가격에서 몇만 원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남녀 원가에 맞게 납품가를 매길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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