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만에 '숙면의 밤'이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밤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내려갔다. 서울 26일, 대전 27일, 여수 29일간 이어지던 역대 최장 기간의 열대야(熱帶夜)가 끝났다.

간밤 주요 지역 최저 기온은 서울 22.1도, 강릉 18.8도, 청주 24.5도, 대전 23.8도, 광주 24.2도, 대구 23.5도, 부산 23.5도, 제주 24.4도, 여수 24.5도 등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북쪽에 위치한 고기압으로부터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밤 사이 선선한 날씨가 나타났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의 모습.

시민들도 한 달여 만에 마신 시원한 밤공기에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 송파구에서 사는 직장인 박승철(32)씨는 "한 달 만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푹 잠든 것 같다"며 "아침 출근길에 가을 날씨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이성훈(31)씨는 "간밤 날씨가 선선해 한강을 찾아 11km가량을 기분 좋게 뛰었다"며 "‘8월의 선물’ 같은 시원한 밤이었다. 더워서 잠시 중단했던 조깅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17일 오전 중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8시 기준 낮 기온은 서울 23.5도, 대전 25.6도, 전주 26.0도, 광주 24.1도, 강릉 21.5도, 대구 23.6도, 부산 25.0도, 제주 26.1도 등이다. 40도에 육박하던 낮 최고기온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낮 최고 기온은 서울 33도, 대전 31도, 전주 35도, 광주 35도, 강릉 27도, 대구 29, 부산 30도, 제주 30도 등으로 예보됐다.

역대 최악의 폭염 속 이번 주말까지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겠지만, 다음주부터는 무더위가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일요일인 19일까지는 폭염이 다소 주춤하며 상대적으로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고 열대야도 해소될 것"이라면서도 "다음주부터는 다시 기온이 상승하면서 전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민간기상 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이날 지역별 불쾌지수 정도는 △서울경기 80 △충북 80 △충남 80 △영서 80 △영동 70 △전북 80 △전남 80 △경북 70 △경남 70 △제주 80 △울릉 60등이다. 불쾌지수는 기온과 습도를 조합해 사람이 느끼는 온도를 표현한 것으로, 불쾌지수가 80 이상이면 ‘매우 높음’ 단계다.

현재 중부지방은 대체로 맑고, 남부지방은 구름이 많은 가운데 제주도에는 비가 오는 곳이 있다. 17일과 주말인 18일은 중국 북동지방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전국이 대체로 맑겠으나, 제주도와 강원 동해안, 전남 남해안은 제18호 태풍 '룸비아(RUMBIA)'의 영향으로 낮까지 비가 오는 곳이 있겠다. 제주도의 이날 낮 예상 강수량은 5~40mm다.

제주도 남쪽 먼 바다에는 태풍경보가 발령되는 등 서해 앞바다 일부를 제외한 해상에 물결이 매우 높게 일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너울로 인한 높은 물결이 해안도로나 방파제를 넘는 곳이 있겠으니, 해안가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