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보 적폐라고 계속 개방하다 큰 피해 입는 것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8.08.15 03:20

4대강 보를 개방한 상황에서 여름 가뭄이 닥치면서 금강 세종보 부근 강바닥이 드러났다고 한다. 금강 3개 보 중 가장 상류 쪽인 세종보는 보를 100% 개방한 상태다. 보 개방으로 원래 500m였던 강폭이 10분의 1로 쪼그라들면서 강바닥 상당 부분이 말라버려 강이 흉물이 됐다고 한다. 세종보 아래쪽 공주보에선 지난 9일부터 27㎞ 송수관로를 거쳐 예당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자 금강 최하류 보인 백제보 주변 농민들이 '우리한테 오는 물이 끊기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는 바람에 농어촌공사와 충남도가 13일 설명회를 열어야 했다.

정부는 작년 6월부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10개 보를 개방해왔다. 정책적 필요성이라기보다는 적폐 청산 차원의 정치적 조치 성격이 짙었다. 올봄은 비가 많이 내려 농업용수 공급에 별 지장이 없었지만 보 개방을 계속할 경우 내년엔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 이 상황에서 환경운동가 출신인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최근 대청호 녹조 해결을 위해 대청호 수문을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정부는 하천 관리를 국토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했다. 대청호는 충청 지역 수백만 가구의 식수 공급원이다. 장관 지시가 이행되진 않았지만, 식수로 쓸 물을 흘려보내라는 지시에 실무자들은 황당했을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많아졌지만 유속이 느려져 여름철 녹조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낙동강 창녕함안보 경우 최근 녹조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 피해를 줄여주고 강에 늘 물이 차 있도록 해 경관과 수질에도 이로운 효과를 줄 수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지난달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4대강 사업의 홍수 방지 편익을 '0원'으로 산정해놓고 4대강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지난 정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 주변 지역 93%에서 홍수 위험이 줄었다'고 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무슨 평가가 이렇게 달라지나. 그 감사원이 대한환경공학회에 의뢰한 조사를 보면 16개 보마다 8개 지표씩 총 128개 수질 평가 항목 가운데 56건(44%)은 개선됐고 악화된 건 18건(14%)이라고 한다.

일본에선 지난달 폭우로 220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환경단체들 주장처럼 4대강 보를 다 철거해버렸다가 우리가 일본 수준의 폭우 피해를 입을 경우 누가 책임질 건가. 4대강 보는 과학적인 분석을 거쳐 적절한 관리로 편익을 최대화하면 된다. 지난 정부를 공격하겠다고 4대강 사업에 관계된 것들은 뭐든지 적폐로 규정해 청산한다고 나서다가는 기후 이변의 시대에 큰 화(禍)를 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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