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학기 100등 쑥… 교육청도 나선 '쌍둥이 성적표'

입력 2018.08.13 19:30

문·이과 전교 1등 차지한 쌍둥이 자매
부친은 같은 학교 교무부장 ‘논란’
강남에서 한 학기에 100등 올릴 수 있나
교육청 특별장학 개시

서울 강남의 S여고에서 현직 교무부장의 쌍둥이 딸이 문·이과에서 각각 전교 1등을 차지한 문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13일 특별장학(조사)을 개시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사회적인 논란이 생긴 만큼 교육청 차원에서 특별장학에 착수했다”면서 “특별장학 결과, 문제가 있다면 감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조선DB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시험지 유출 같은 부정 행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첫 성적이 전교 59등·전교 121등인 고교 2학년 쌍둥이 자매가 ‘강남 8학군’에서 내신성적을 급격히 올린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S여고 교무부장은 “아빠와 같은 학교를 다닌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밤샘 노력이 의심받게 돼 마음이 상한다”면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쌍둥이 자매 내신성적 논란’의 세 가지 쟁점을 정리했다.

①‘교사 부모, 학생 자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나
교사 부모, 학생 자녀가 한 학교 다니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공립·사립 모두 마찬가지다. S여고 교무부장과 두 딸이 한 학교에 다니는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고 법적으로도 문제되진 않아 특별장학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쌍둥이 자매 내신성적 논란’을 계기로 부모인 교사가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 한 학부모는 “부정행위가 있었든지 없었든지 간에 학부모가 같은 학교 교사로 있을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아무리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해도 직간접적으로 학생들이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교사 부모, 학생 자녀의 평등권, 학습권 등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교무부장이 사전에 시험지를 볼 수 있는가
S여고 학업성적관리규정 14조(평가문제 인쇄 및 보관처리)에 따르면 S여고 시험지는 교과주임➝교무부장➝교감 3단계의 결재를 거쳐야 한다. 규정대로라면 교무부장 A씨는 결재를 위해 사전에 시험지를 열람할 수 있다.

교무부장 A씨는 “우리 학교 평가문제 인쇄·보안관리 매뉴얼에 따랐다”면서 “저는 CCTV가 작동하는 인쇄실에 접근하지 않았고, 교무실에서 약 1분 정도 (정답과 문제 난도가 표기된) 문서를 보거나 형식적 오류를 잡아내는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S여고 측도 “1~3학년의 전과목 교과 시험지 결재가 동시에 올라오기 때문에 시험 문제를 외울 정도로 한 과목을 깊이 열람할 시간은 없다”면서 “두 학생(쌍둥이 자매)이 공부를 원래 잘했고 시험 관리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목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S여고 학업성적관리규정 13조(평가기준 및 평가문제 출제)는 ‘교사 부모는 자녀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문항 출제·검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 부모인 A씨가 자녀가 속한 학년의 정기고사 문항을 ‘검토’했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이번 특별 장학에서 시험지 출제·검토과정에서 교무부장에 대한 배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서울 외국어대학교 오바마홀에서 열린 종로학원 대입설명회. /이태경 기자
③강남8학군, 내신성적 121→1등 이론적으로 가능한가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내신 지옥이라는 강남에서 전교 등수를 100등씩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S여고 전교생은 1455명으로, 이 가운데서 쌍둥이 자매가 포함된 2학년은 463명이다.

교무부장 A씨에 따르면 쌍둥이 자매 중 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자녀는 1학년 1학기 전교 59등에서 2학기에는 전교 2등으로 성적이 향상됐다. 문과 1등을 한 또 다른 자녀는 1학년 1학기 121등이었다가 2학기 5등이 됐다. 두 학생은 2학년 1학기에 각각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했다. 학교 측은 “직전 학기 성적이 이미 전교 2등·5등으로 ‘가시권’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급격한 성적향상이 이뤄진 ‘1학년 2학기’에 대해 논란이 많다.

강남지역 학부모·자녀를 중심으로 이 같은 내신향상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다. 전교생 대부분이 ‘목숨 걸고’ 공부하는 강남에서, 한번에 100등씩 올리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이다. 학원가에서는 “강남에서 내신 경쟁은 러닝 머신 위에서 뛰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있다. 3학년까지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라는 얘기다.

“내신성적으로 대학가는 시대라, 강남에서는 전교생이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거짓말 아니에요. 그렇기 때문에 정해진 수준이 있어서 한 학기 안에 10등 이상 성적 올리기도 정말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갑자기 한 학기 만에 116등, 57등 올랐다는 걸 믿기가 쉽지 않죠.” 익명을 요구한 S여고 재학생 얘기다.

입시전문가들 생각도 ‘강남에서 100등 올리기’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드문 현상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내신경쟁이 치열한 강남 8학군에서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성적이 곧 고교 3년 간의 내신 성적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첫 시험 후 20등을 올리는 학생(내신 2등급 학생 기준)은 3.5%도 안 되는데, 100등씩이나 올려 내신 1등급에 진입했다는 건 확률적으로는 ‘제로’(0)에 가깝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입시전문가는 “내신에 훤한 부친이 맥을 짚어주고, 쌍둥이 자매가 피나는 노력을 하면서, 사교육 도움을 받았다면 ‘불가능’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S여고에 두 학생의 문·이과 전교 1등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이었다. 교내방송으로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전교 1등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달된 것이다. 학생들은 “도대체 누구냐”면서 술렁였다고 한다. 쌍둥이 자매 내신성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두 학생의 수행평가 성적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도 추가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A씨 뿐만 아니라, 주요과목 출제교사, 수행평가 담당교사들에 대한 면담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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