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밀당…남북 정상회담 날짜 발표 못한 까닭은?

입력 2018.08.13 17:04

남북은 13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정상회담을 다음 달 안에 열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공동보도문을 통해 “쌍방은 판문점선언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하였다”며 “회담에서는 또한 일정에 올라 있는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평양에서 가지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남북은 정상회담의 정확한 날짜와 의제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해 발표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실적 여건을 감안하면 9월 초는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9월 초라는 것은 10일까지”라고 했다. 정상회담 개최 시기의 관건이었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9·9절) 이후에나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말이다.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13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은 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두고 물밑 신경전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9·9절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교착된 비핵화 협상 국면 타개를 위한 조기 회담이 8월 말쯤 열렸으면 하는 기류가 있었다”며 “이보다 늦게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며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질 9·9절 70주년에 들러리를 섰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고위급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일단 가급적 빨리하자는 방향에서 논의됐지만, 북측의 일정·상황들을 감안할 때 9월 안에 평양에서 하기로 했다”고 했다.

북한은 9·9절에 맞춰 정상회담을 개최하면 체제 선전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이득이 있었기 때문에 8월말보다는 9·9절 직전인 9월 초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정부로서는 ‘들러리를 섰다’는 국제적인 부담은 물론 국내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9·9절 직전 정상회담 개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결국 정상회담이 9월 중순으로 미뤄짐에 따라 ‘한반도 중재자’ 역할을 해보겠다는 현 정부의 계획이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현 정부는 8월 말 정상회담을 하고 9월18일 유엔 총회에서 남북미 회담을 한 뒤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했다”며 “하지만 9·9절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면 상당히 시간이 촉박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남북 관계를 주도하려 하지만, 결국 현 상황의 주도권을 북한이 잡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그동안 남북이 정상회담을 열때마다 항상 주도권은 북한에 있었다”며 “특히 평양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개최 시기 및 여부는 북한에 끌려 다녔고,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정상회담도 회담 며칠 전까지 날짜가 확정되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로 북측은 이날 고위급 회담 직후 정상회담 날짜와 관련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고위급 회담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 안 했다”며 “날짜는 다 돼 있다”고 했다. 반면, 남측 단장인 조명균 장관은 “(잠정적인 개최 날짜는) 협의 중”이라고만 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는 “북한은 계속 남북 관계 개선을 계기로 대북 제재 해제와 종전 선언을 우리에게 책임지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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