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12월 31일 총무원장 사퇴" 조기 사퇴 거부…"배수진 친 것"

입력 2018.08.13 16:24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13일 “오는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하겠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거부했다. 숨겨둔 친딸(은처자·隱妻子) 등 여러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온 설정 스님이 연말까지 총무원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조계종 내부 갈등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설정 스님은 앞서 지난달 27일 “조속한 시일 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1일엔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는 16일 중앙종회의 임시회의 이전에 퇴진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져 조기 퇴진설에 힘이 실린 상태였다.

설정 스님이 지난달 2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조속한 시일 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설정 스님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2018년 12월 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진실 여부를 떠나 종단의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으나, 종단 내부의 뿌리 깊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이 기간 저에 관한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명백히 (진실을)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설정 스님은 사퇴 기한을 연말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는 종권에 연연하지 않고, 일종의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그동안 많은 스님과 불교 단체가 많은 주장을 했는데, 그분들이 나름대로 생각한 바를 불교 개혁으로 엮어내려고 한다"고 답했다.

사퇴를 유보하고 ‘연말 퇴진’ 계획을 밝힌 설정 스님은 조계종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혁신위원회를 새롭게 발족하고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이고 명실상부한 개혁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종단개혁을 추진할 것을 사부대중에게 약속한다”며 “부당한 징계를 받은 승려들을 위한 복권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겠다”고 했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0월 4년 임기의 35대 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돼 11월 취임했다. 하지만 총무원장 선거 당시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학력 위조 의혹, 은처자 의혹 등이 제기됐다. 선거 당시 설정 스님 측은 학력위조 사실은 인정했지만, 은처자 의혹은 “유전자 검사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해명하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일 MBC 'PD수첩'이 ‘큰 스님께 묻습니다’ 편을 통해 관련 의혹을 다루면서 논란은 확산했다. 방송은 설정 스님이 친딸이라는 의혹이 있는 전씨에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2억원에 가까운 생활비를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설정 스님 측이 “은처자 의혹은 모두 허위”라고 거듭 반박했지만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 등 종단 안팎에서는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했고, 특히 설조 스님은 40일이 넘게 단식을 하며 퇴진을 촉구했다.

퇴진 요구가 거세지자 설정 스님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종도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조속히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한 뒤 설조 스님을 찾아가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지난 1일엔 교구본사주지협의회 회장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는 16일 중앙종회의 임시회의 이전에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설정 스님은 1942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1955년 수덕사에서 사미계를 받았다. 수덕사 주지와 중앙종회 의장을 지냈다. 이후 봉암사·상원사 등의 선방(禪房)에서 수행했으며 2009년에 경허·만공 선사의 선맥(禪脈)을 잇는 덕숭총림 4대 방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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