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보다 더 무서운 실외기 화재...올 여름 화재 작년 두 배

입력 2018.08.13 14:10 | 수정 2018.08.13 17:55

지난 11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아파트 22층에서 붉은색 화염이 피어 올랐다. 불은 30여분 만에 꺼졌지만, 주민 4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었다. 발화점은 22층 베란다에 내놓은 실외기. 소방 관계자는 “에어컨 가동이 지속되면서 실외기 내부 온도가 치솟아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4.1도를 기록했다.
집에서 신생아 두 명을 키우는 직장인 김모(35)씨는 집에서 하루 종일 에어컨을 가동하면서 걱정이 늘었다. 베란다 한 공간을 차지한 실외기와 빨랫줄 위치가 가까워 항상 화재가 있는지 들여다 봐야 하는 까닭이다. 김씨는 “실외기에서 튄 작은 불똥이 바짝 마른빨래로 옮겨붙으면 큰 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에어컨을 꺼두면 실내온도가 금방 30도 가까이 올라가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온 올 여름, 에어컨 실외기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냉방기기에서 발생한 화재 건수만 189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65%(121건)는 에어컨 실외기에서 발생한 화재다. 작년 같은 기간 발생한 ‘에어컨 실외기’ 화재는 75건으로, 올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 여름 ‘에어컨 실외기’ 화재를 들여다보면 실외기 전선 접촉 불량 등 설치환경으로 인한 사고가 29.8%(35건)로 가장 많았다. 실외기 발열·기기 노후화에 의한 화재는 23.9%(27건), 담배꽁초 등의 외부 불씨가 실외기에 옮겨붙은 경우는 13.4%(15건)였다.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내놓은 실외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17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 17층 아파트에서 다용도실에 설치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주민 55명이 긴급 대피했다.

소방·안전 전문가들은 에어컨 실외기실이 실내에 따로 마련된 경우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소방 관계자는 “실외기에서 바람이 배출되는데 창문을 열어두지 않으면 밀폐된 공간의 온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면서 “아파트 실외기실은 한 평 남짓(3.3㎡)으로 좁은데 이곳을 창고처럼 사용하는 분들이 많아 불이 옮겨붙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3시 37분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한 상가건물 옥상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진화하고 있다. /인천송도소방서 제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상가건물에서 났던 화재는 실외기 발열이 원인으로 꼽힌다. 소방 관계자는 “온종일 가동됐던 에어컨 실외기 모터는 섭씨 70도가 넘었다”면서 “실외기에 연결된 전선피복이 녹아서 벗겨졌고, 전기합선이 났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이음부 없는 단일 전선으로 에어컨 실외기에 연결하고 △실외기에서 소음이 심하게 날 경우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실외기 근처에 먼지·낙엽 등의 이물질은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외기 주변 흡연행위는 금물이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요즘처럼 대기온도가 높을 땐 실외기 과열을 막기 위해서 에어컨을 2시간가량 사용했다면 10~20분 식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밤에도 에어컨을 중간중간 꺼두면서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