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한결같은 바람 이뤄지길 소망"

조선일보
입력 2018.08.13 03:00

첫 '위안부 기림의 날' 맞아 위안부 관련 소설 잇따라 출간

위안부 소녀상 사진

올해 처음 국가 공식기념일로 지정된 8월 14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관련 소설이 잇따르고 있다.

소설가 김숨(44)이 가장 활발하다. 2016년 장편 '한 명'을 시작으로 피해 할머니들의 고통을 소설로 쓰고 있는 그는 지난달 또 다른 위안부 소녀의 삶을 다룬 장편 '흐르는 편지'를 내놨다. 1942년 비단공장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속아 중국 위안소로 끌려온 소녀 금자. 일본군 헌병이 붙여준 이름 후유코로 살다, 자신의 몸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어머니, 아기에게 발이 생긴 것 같아요. 아기가 발길질을 했어요. 군인이 내 몸에 들어오려고 하니까요. 들어오지 말라고, 들어오지 말라고…." 수많은 죽음을 목도하며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삶의 의지임을 깨닫는 여자. 작가는 "10대 때 한 여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훼손당한 그분들의 생애를 생각하면 저절로 울컥해진다"며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그분들의 한결같은 바람이 이뤄지기를 소망하며 조심스럽게 이 소설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하얀 국화’.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소설이 쏟아지고 있다. 왼쪽부터 ‘흐르는 편지’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하얀 국화’. /현대문학·문학세계사
14일엔 이른바 '증언소설' 두 권을 내놓는다. 김복동(93) 할머니의 증언을 1인칭 소설로 옮긴 '숭고함은 나를 들여다보는 거야'와 길원옥(91) 할머니의 증언에 바탕한 '군인이 천사가 되기를 바란 적 있는가'. 기억이 희미한 두 노인이 힘겹게 꺼내놓는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과장 없이 고통스럽다. "군의관이 내게 아래옷을 전부 벗으라고 했어. 내가 버티고 서 있자 막무가내로 벗겼어. 양철 덩어리가 내 아래로 쑥 들어오는 순간 그곳에서 번개가 치는 것 같았어.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어. 그저 무서웠어."(김복동) "뭘 달라고 기도한 적 없어. 나는 기도할 줄 몰라. 잊어버렸어. (중략) 요시모토 하나코… 그 이름은 안 잊어버렸어. 누가 지어주었는지 기억 안 나…. 군인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어. 뜻은 없을 거야, 아무 뜻도 없을 거야. 뜻도 없는 이름이 안 잊히네."(길원옥) 더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 이 소설의 집필 계기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 소설가 매리 린 브락트(40)의 첫 장편 '하얀 국화'도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다. 일본군에 끌려간 소녀 '하나'를 중심으로 제주도 해녀 집안의 두 자매가 겪는 현대사의 비극. 한국인 어머니를 둔 작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1991년 위안부 피해를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에 대해 알게 된 후 그 여성들의 비극적인 삶과 사회의 취급 방식에 대해 점점 감정적으로 빠져들게 됐고, 이야기를 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국내 생존자는 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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