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한 北 석탄 정부 조사 과정, 국정조사로 밝혀야

조선일보
입력 2018.08.11 03:14

관세청은 10일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00여t(66억원 상당)이 작년 4~10월 7회에 걸쳐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불법 반입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9건 중 7건이 북한산임을 확인했다. 원산지 증명서를 위조해 북한산을 밀반입한 혐의로 수입업체 3곳의 대표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피의자들은 북에서 석탄을 싣고 나온 배를 러시아에서 바꿔치는 수법을 썼다. 안보리가 금수(禁輸)한 북 석탄 가격이 내려가자 매매 차익을 노렸다고 한다. 대북 제재에 앞장서야 할 한국이 '구멍'으로 판명 난 것이다.

관세청은 이 결과를 내놓는 데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북 석탄을 운반했던 배 4척은 우리 항구를 수십 차례 드나들었다. 그중 한 척은 사흘 전에도 우리 항구에 머물렀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북한산 석탄·선철 등이 더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외교부는 이제야 4척의 국내 입항 금지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뒷북이 없다. 관세청은 '피의자 불협조, 자료 분석, 러시아 공조 등에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러나 무슨 변명으로도 10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상 고의적인 태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안은 미국이 관련 정보를 알려준 것이었다. 그런데도 지난달 외신이 '북 석탄'을 보도하기 전까지 숨기고 있었다. 특히 관세청은 발주 업체인 남동발전을 조사하면서 '북한'이란 말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 심기를 거스를까봐 눈치 보면서 쉬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외신이 보도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숨기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국회가 국정조사로 북한 석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 열 달이나 걸린 이유가 무엇인지, 관세청이 북한 석탄 조사라는 사실을 조사 대상 업체에 알리지 않은 이유 등을 밝혀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석탄은 대북 제재의 핵심이다. 북 석탄 판매액의 80%가 노동당과 군부로 들어간다. 제재 이전에는 연간 최대 8억달러 이상을 벌었다. 미국이 당장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우리 기업이나 은행을 제재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번 더 반복되거나 또 다른 '제재 구멍'이 드러난다면 한국이 미 제재 리스트에 오르는 악몽이 현실로 될 수 있다. 지금 미국은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은 '제재 예외'를 요청하고 있다. 한·미 공조가 흔들리면 북 비핵화는 더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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