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지사, 日시민단체 반발에도 “간토대지진 조선인 추도문 없다”

입력 2018.08.10 20:46

고이케 유리코<사진> 일본 도쿄도 지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간토 대지진 당시 숨진 조선인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문을 보내지 않을 계획이라고 10일 재차 강조했다. 8일 일본의 한 시민단체가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달라고 요청한 데에 ‘대지진 사망자 전원에 대한 법요식에 직접 참석하는 만큼 개별 행사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다음달 1일 도쿄도 위령협회 주최 간토 대지진 희생자 대법요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올해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는 일은 삼가고 싶다”고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취임 첫해인 2016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냈으나, 지난해부터는 입장을 바꿔 추도문을 보내고 있지 않다. 조선인 희생자 추도비에 적힌 희생자수가 6000여명이라고 적힌 것에 우익 인사들이 ‘근거가 희박하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고이케 지사는 일본 최대 규모의 극우단체 ‘일본회의’에서 활동한 극우 인사로,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고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지난 2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지사로서 모든 희생자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고 있다”며 “개별적인 형태로 추도문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일·조(日·朝)협회 등으로 구성된 추도식 실행위원회는 8일 도쿄도를 방문해 고이케 지사 측에 ‘올해 행사에 추도문을 보내기를 바란다’는 요청문과 함께 일반인·단체 서명을 제출했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하순부터 받은 이 서명에는 개인 8596명과 단체 142곳이 동참했다.

니시자키 마사오씨가 도쿄 스미다구 아라카와 강변에 있는 조선인 학살 추모비 앞에서 증언집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의 기록’을 들어 보이고 있다. 니시자키씨는 증언집 집필을 위해 10년간 도쿄 23개구 공립 도서관 일기 코너를 돌았다고 한다. / 김수혜 특파원
간토 대지진은 일제강점기였던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규모 7.9의 대지진이다. 당시 일본 육군과 경찰은 “조선인들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약탈을 하며 일본인들을 습격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최대 6000여명에 이르는 재일 조선인을 무차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조협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은 매년 9월 1일 도쿄도 스미다구 소재 도립 요코아미정 공원에서 학살된 조선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이시하라 신타로 등 전임 도쿄도 지사들은 추도식에 매년 추도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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