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석탄 국내 반입 사실로…대북제재 강조했던 한국 외교 위신 추락

입력 2018.08.10 16:39

북한산 석탄과 선철이 7차례에 걸쳐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따른 외교적 후폭풍이 일 전망이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를 우리가 무너뜨린 꼴이 됐다며 정부여당을 향한 야당의 공세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10일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 선철 총 3만5000톤이 원산지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국내에 반입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관련 수입 업체 3개사 대표 3명을 검찰에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이 검찰에 송치한 업체 3곳은 석탄 수입업체 2곳과 화물운송위탁업체 1곳이다. 북한산 석탄을 수입해 사용한 남동발전은 기소의견 송치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의 틈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우리 정부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조선일보DB
◇ 국내 기업, 美 우방국 중 첫 ’세컨더리보이콧’ 명단 오르나

북한산 석탄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해 수입이 금지된 품목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북한의 석탄과 철, 수산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 회원국 항구에 입항하면 나포, 검색, 억류를 의무화하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했다. 이에 앞서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우리 정부가 단행한 5·24조치도 석탄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업체들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국내 처벌과 별도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북한 등 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미국 외 제3국의 기업·은행 등에도 제재를 가하는 조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과 거래한 중국·러시아 업체는 현재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국의 주요 우방국 중엔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에 오른 기업이 없다.

북한산 석탄인지 모르고 구입한 업체들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 국무부는 최근 발표한 ‘대북제재 주의보’에서 ‘북한으로부터 상품, 서비스 또는 기술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구매’도 제재 대상이라고 명시했다. 북한산 석탄인지 모르고 구매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적용되면 미국 등 서방세계로의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미국 의회에서도 북한산 석탄 밀반입에 연루된 기업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 긴밀한 협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세컨더리 보이콧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위반 및 회피가 반복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관련 국가에서 실질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있는 경우 적용된다”며 “조사 결과 보이콧 대상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관세청은 10일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3개 업체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회에 걸쳐 총 66억원 상당의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38t을 국내로 불법 반입했다. 사진은 지난 7일 경북 포항신항 7부두에 정박한 진룽(Jin Long)호에서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 /연합뉴스
◇ “정부, 방조하고 묵인했다”…야권의 대정부 공세 거세질 듯

국내 정치적으로도 후폭풍이 크게 일 전망이다. 현재 야당에선 ‘정부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를 조용하게 처리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사건을 ‘북한 석탄 게이트’로 규정짓고,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관세청의 조사 결과 발표 후 논평을 내고 “중대한 외교적 현안을 지난 10개월 동안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가 알고도 방치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묵인하고 은폐했는지 밝히는 문제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외교적 문제”라고 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정부는 이러한 중대한 외교안보적 상황을 일개 업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며 “국정조사로 ‘북한 석탄 게이트’ 조직적 은폐 의혹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북한산 석탄 반입의 배경과 진위 여부를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도 문제지만 정부가 작년부터 10개월 이상 이같은 행위를 방조하고 묵인한 것은 국제 공조나 국가 신뢰 차원에서 대단히 심각한 사항”이라며 “면밀한 국정조사를 통해 정부가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온 이유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이미 작년 10월부터 상황을 인지하고 미국과 협의해 조사한다고 말하지만 의혹이 많다”며 “국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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