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석탄 반입은 업자 일탈"이라는 관세청…중간 수사 발표 의문점

입력 2018.08.10 16:41

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 제7부두에 북한산 석탄을 실어 날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진룽(Jin Long)호가 정박한 가운데 인부들이 석탄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의해 거래 전면 금지 품목이 된 북한산 석탄·선철이 지난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관세청이 10일 발표한 ‘북한산 석탄 등 위장 반입사건’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개 수입법인은 작년4~10월 7회에 걸쳐 북한산 석탄·선철 3만5038t(66억원 상당)을 국내로 불법 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의 발표 요지는 일부 석탄 수입업자들이 북한산 석탄에 대한 금수 조치로 거래 가격이 하락하자 매매 차익을 노리고 이 같은 범행을 했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이들로부터 북한산 석탄을 구매해 사용한 남동발전은 사전에 북한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대북제재에 나선 가운데 가장 밀접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수십억원어치의 북한산 석탄이 들어온 일을 일부 중개업자의 일탈로 볼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가 ‘개인 일탈’을 핑계로 ‘꼬리 자르기’를 한다는 주장이다. 또 관세청이 이 중간 수사 결과를 10개월 만에 발표했고, 이 10개월 간 북한산 석탄 운반과 관계됐다는 의심 선박 등에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①정부·남동발전은 정말 몰랐나

관세청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 남동발전은 관련 혐의선상에서 제외돼 있다. 수입업체들을 통해 석탄을 사들인 남동발전은 위조된 원산지 증명서 등 때문에 해당 석탄이 북한산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본 것이다. 남동발전 측은 “무역중개업체가 러시아 정부가 발행한 원산지 증명서를 관세청에 제출해 정상적으로 통관이 됐다”며 “해당 석탄을 러시아산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서류 중 일부가 위조된 것이었다는 사실은 이후 밝혀졌다.

그러나 남동발전처럼 무연탄을 취급하는 한전의 또다른 자회사 동서발전은 지난해 3월 한 무역중개업체의 석탄 출처를 의심한다고 당국에 신고했다. 이로 인해 이 업체는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았고, 동서발전은 그 이후 이 회사로부터 석탄을 수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남동발전은 동서발전으로부터 보이콧당한 업체와 사실상 동일한 업체로부터 북한산 석탄을 들여온 것이다. “동서발전은 북한석탄인줄 알았는데 남동발전은 왜 몰랐냐”는 의문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석탄을 구매한 남동발전에 대한 조사나 책임추궁은 전혀 이뤄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동안 “(문제가 된 석탄들이) 북한산임을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해왔다. 이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의혹이 있었음에도, 관련 혐의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제재를 받은 선박이 국내 항구에 자유롭게 입출항하고 관련 중개업체들이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남북 화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산 석탄이 불법적으로 국내에 반입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눈 감아준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10월 이후 뭉그적거리던 정부가 아무 근거 없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이라고 우기다가 뒤늦게 관세청 조사에서 북한산이란 것을 확인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문재인 정부는 이제 와서 업자의 일탈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 중차대한 외교·안보 사안을 업자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은 국정조사등을통해 누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했는지, 우리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②왜 이렇게 오래 조사했나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 의혹 첩보를 우리 정부가 처음 인지한 것은 지난해 10월 해당 석탄들이 국내로 반입되기 시작할 무렵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우방국으로부터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석탄 9000t이 러시아를 거쳐 국내에 반입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다만 관세청이 해당 석탄을 해당 석탄을 수입한 국내 업체들에 대해 ‘부정 수입’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1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해당 의혹을 담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그제서야 “조사 중에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관계당국이 사안의 중대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관세청은 ‘조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지적에 여러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일단 초반의 정보가 구두상 첩보 수준으로, 추후에 사진자료까지 제공받았지만 의심 수준의 정보였다는 것이다. 또 주요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출석요구에 불응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고, 압수자료가 방대해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석탄 성분 분석만으로는 원산지 확인이 곤란하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정부가 공식 입장을 냈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바른미래당 이학재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작년 10월 북한 석탄의 국내 반입 동향을 인지했지만 열 달이 지나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오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며 “이 문제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가 이 사건을 공개리에 수사하고 발표했을지 조차 의문”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이 엄청난 사건을 열 달이 넘도록 덮어두는 동안 북한 석탄을 운반한 것으로 의심된 선박 9척이 국내 항구를 최소 52차례 드나들었다”며 “오늘 정부 발표를 보면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과 잘못을 수입 업체의 일탈 정도로 축소하고 싶어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번 북한 석탄 반입 사건은 개인 사업자의 일탈로 적당히 무마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대구세관에서 피의자들에 대해 구속의견으로 수사 지휘를 건의했다고 한다. 당시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유입됐다는 사실이 포착됐다면, 5개월여가 지난 이제서야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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