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윗 한줄에… 사우디, 캐나다 자산 매각하고 자국 유학생에 출국 명령

조선일보
  • 노석조 기자
    입력 2018.08.10 03:00

    여성 인권운동가 석방 촉구한 캐나다 外務 트위터 메시지 발단
    사우디 "주권 침해 용납 못해" 대사 소환하고 경제 보복 나서

    빈살만 왕세자, 트뤼도 총리
    빈살만 왕세자, 트뤼도 총리

    사우디아라비아 여성 인권운동가의 석방을 촉구하는 캐나다 외무장관의 트위터 메시지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낳으면서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몰아가고 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무장관은 지난 3일 "인권 운동가 사마르 바다위의 체포가 우려된다"면서 "그의 석방을 요구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바다위는 2012년 '용기 있는 국제 여성상'을 수상한 인권운동가로 그동안 사우디 정부의 반인권 정책을 비판해왔다. 최근 사우디 보안 당국은 반체제 세력 검거 과정에서 바다위도 체포했다. 바다위는 사우디 국적자이지만 그의 가족 일부는 캐나다 시민권자다.

    이 트위터 내용에 사우디 정부의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지난 5일 사우디 정부 명의로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도 법과 절차가 있다"면서 "이를 무시한 외세의 개입은 주권 침해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성명 발표에 그치지 않았다. 사우디는 캐나다 대사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지정하고 24시간 내 출국을 명령했다. 캐나다 주재 자국 대사도 소환했다. 외국 대사를 기피인물로 추방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조치는 극심한 외교 갈등 상황에서나 취해지는 조치다.

    사우디의 보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캐나다로 출항하는 자국 항공사의 운행을 전면 중단하고,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학생 1만5000여 명에게도 캐나다에서 출국할 것을 명령했다. 또 사우디가 캐나다에 투자한 주식·채권·현금·부동산 등 각종 자산도 전량 매각하고, 신규 투자 거래도 동결했다. 유학생들의 학업 선택과 사우디 국민 개인의 자산 투자 운용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은 초강경 조치이다. 사우디의 캐나다 내 자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국의 연간 교역 규모는 32억3000만달러(약 3조6270억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작년 사우디 실세 왕세자 빈살만이 주도한 카타르 단교·봉쇄 조치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그가 개혁·개방적인 듯하지만 자신의 왕국에 대한 비판에는 가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빈살만은 최근 여성 운전 허용 등 친인권적 개혁적인 정책을 내놓으면서도, 동시에 대규모 정적 숙청 등을 단행해 '두 얼굴의 왕자'로 불리고 있다.

    캐나다도 굽히지 않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8일 "사우디의 위상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다른 나라에라도 인권 문제를 단호하게 이야기하겠다"면서 바다위 석방 요구를 철회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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