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뒷조사 혐의' 이현동 1심 무죄… 적폐 수사 또 제동

조선일보
  • 신수지 기자
    입력 2018.08.09 03:01

    법원 "해외 비자금 추적 작업, 국정원과 공모한 증거 없어"
    1억원 뇌물 혐의도 무죄 선고… 법조계 "애초부터 무리한 기소"

    이현동 전 국세청장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주도한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 작업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62·사진) 전 국세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로써 이 전 청장은 올 2월 구속된 지 6개월 만에 풀려났다.

    검찰이 이 전 청장에게 둔 혐의는 두 가지다. 국고손실과 뇌물 혐의다. 국고손실 혐의는 이 전 청장이 2010~2012년 당시 국정원이 김 전 대통령을 상대로 벌이던 해외 비자금 추적 작업에 관여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2010년 5월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추적하는 이른바 '데이비슨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 국정원은 5억3500만원과 미화 5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 돈은 국정원 특활비 중 하나인 대북공작금에서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공작금이 특정인 뒷조사에 사용됐기 때문에 국고손실 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 청장은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세훈 전 원장의 요청으로 국세청을 동원, 김 전 대통령 뒷조사에 가담했으니 그 역시 국고손실의 공범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검찰은 또 이 예산 중 1억2000만원은 이 전 청장이 김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하는 대가로 당시 국정원 김승연 대북공작국장에게서 직접 받은 뇌물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뒷조사 작업이 시작된 시점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를 앞둔 때라는 것을 강조해왔다. 국정원과 국세청이 김 전 대통령 뒷조사를 통해 진보 정권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려 했다는 논리였다.

    이에 이 전 청장은 재판에서 "국정원이 역외 탈세 의혹 조사를 요청해와 협조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이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국고손실 혐의에 대해선 "해외 비자금 추적 활동이 국정원 직무가 아니라고 할 수 없고, 이 전 청장이 원 전 원장과 (이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인 대화를 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검찰이 이 전 청장과 원 전 원장이 공모해 전직 대통령 뒷조사를 벌였다는 공소 내용을 뒷받침할 증거 자체를 대지 못했다는 것이다.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뇌물을 줬다는 국정원 간부 등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현 정권 출범 후 검찰이 밀어붙인 적폐 수사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기소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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